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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대형 아파트, 전세시장에서 소형 상승폭 크게 앞질러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지난해 12월20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11층 134㎡(이하 전용면적) 전세가 13억원에 계약됐다. 전세거래가 활발했던 2013년 11월 10층 같은 크기가 11억5000만원에 나간 것과 비교하면 1억5000만원이 오른 가격이다. 당시 같은 크기 아파트 전세가 10억원(18층)에 계약된 건도 있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수요는 꾸준한데 물건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이라며 “올 들어서는 14억원 이상은 줘야 계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수도권 전세시장에서 100㎡ 이상 큰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무주택 서민들이 주로 찾는 ‘소형’이나 ‘중소형’보다 오히려 시세가 더 많이 올랐다.


8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아파트 전세는 ‘대형’(136㎡ 이상)이 4.79% 올라 ‘소형’(40㎡ 미만) 오름폭(2.77%)을 크게 앞섰다. 이 기간 ‘중대형’(95.9~135㎡)은 5.82% 뛰어, 5.80% 오른 ‘중형’(62.8~95.9㎡)이나 5.26% 상승한 ‘중소형’(40~62.8㎡)을 포함한 모든 크기 가운데 상승폭이 가장 컸다.

중대형 아파트 전세 시세 상승폭은 인천과 경기에서 특히 컸다. 인천에서는 6.70%, 경기에서는 6.23%나 올랐다. 이들 인천과 경기서 소형 전세는 4.27, 2.77% 각각 오르는데 그쳤다.

전세시장의 이런 흐름은 매매시장과는 반대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지난 한해동안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대형은 0.22% 하락했다. 중대형은 0.63%도 미미한 상승에 그쳤다. 반면, 소형은 2.56%, 중소형은 2.69% 각각 상승해 작은 아파트가 매매시장 상승세를 주도했다.

전세시장에서 큰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건 매매와 달리 집값이 떨어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집을 나갈 때 전세보증금을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매매가 하락의 위험부담을 덜 느낀다.

세금문제도 상대적으로 신경 쓸 일이 적다. 대형 고가 아파트일수록 부담이 커지는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부담이 없는 것.

대형 전세일수록 거주 여건이 더 안정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대형 아파트 보유자는 집을 여러 채 가진 투자자가 많다”며 “집주인이 직접 이사 올 일이 별로 없고 대형 전세 수요자도 한정돼 있어 전세 계약기간을 장기간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은 아파트에서 큰 아파트로 ‘갈아타기’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중대형 전세 인기 상승에 한몫을 한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전세시장은 철저히 실수요자가 이끄는 곳으로 대형 전세의 인기가 많은 것은 큰 아파트의 수요가 그만큼 많아지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이라며 “매매시장이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면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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