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세시장에서 100㎡ 이상 큰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무주택 서민들이 주로 찾는 ‘소형’이나 ‘중소형’보다 오히려 시세가 더 많이 올랐다.
8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아파트 전세는 ‘대형’(136㎡ 이상)이 4.79% 올라 ‘소형’(40㎡ 미만) 오름폭(2.77%)을 크게 앞섰다. 이 기간 ‘중대형’(95.9~135㎡)은 5.82% 뛰어, 5.80% 오른 ‘중형’(62.8~95.9㎡)이나 5.26% 상승한 ‘중소형’(40~62.8㎡)을 포함한 모든 크기 가운데 상승폭이 가장 컸다.
중대형 아파트 전세 시세 상승폭은 인천과 경기에서 특히 컸다. 인천에서는 6.70%, 경기에서는 6.23%나 올랐다. 이들 인천과 경기서 소형 전세는 4.27, 2.77% 각각 오르는데 그쳤다.
전세시장의 이런 흐름은 매매시장과는 반대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지난 한해동안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대형은 0.22% 하락했다. 중대형은 0.63%도 미미한 상승에 그쳤다. 반면, 소형은 2.56%, 중소형은 2.69% 각각 상승해 작은 아파트가 매매시장 상승세를 주도했다.
전세시장에서 큰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건 매매와 달리 집값이 떨어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집을 나갈 때 전세보증금을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매매가 하락의 위험부담을 덜 느낀다.
세금문제도 상대적으로 신경 쓸 일이 적다. 대형 고가 아파트일수록 부담이 커지는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부담이 없는 것.
대형 전세일수록 거주 여건이 더 안정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대형 아파트 보유자는 집을 여러 채 가진 투자자가 많다”며 “집주인이 직접 이사 올 일이 별로 없고 대형 전세 수요자도 한정돼 있어 전세 계약기간을 장기간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은 아파트에서 큰 아파트로 ‘갈아타기’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중대형 전세 인기 상승에 한몫을 한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전세시장은 철저히 실수요자가 이끄는 곳으로 대형 전세의 인기가 많은 것은 큰 아파트의 수요가 그만큼 많아지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이라며 “매매시장이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면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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