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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묘한(?) 대한항공 유상증자 시점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대한항공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50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증자를 단행하기로 했지만 그룹 총수인 조양호 회장 일가는 거의 참여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증자 두 달 전인 지난 해 11월 보유중인 대한항공 주식을 지주사인 한진칼 주식으로 모두 바꿨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유상증자 방식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다. 신주배정 기준일인 2월6일 주주명부에 기재된 주주들에게 신주배정권이 주어진다. 현재 대한항공 주주구성은 한진칼이 32.24%인 1대 주주, ㈜한진과 기타계열사와 재단 등이 5.07%를 갖고 있다. 조 회장 지분은 0.04%, 기타 개인 특수관계인 지분은 0.15%에 불과하다. 실권이 없다면 유상증자 부담은 한진칼이 1612억 원, ㈜한진이 484억 원, 기타계열사와 재단이 246억 원이 된다. 일반 주주들은 2648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조 회장은 단 2억 원, 기타개인특수관계인은 7억5000만원 정도만 내면 된다.


지난 해 11월 한진칼은 조 회장 일가의 대한항공 지분을 공개매수하고 대신 자사 신주를 교부했다. 그 결과 한진칼과 조 회장 등은 대한항공 지분율을 32%에서 47%대로 높이고, 조 회장 일가도 한진칼에 대한 지배력을 배 이상 강화할 수 있었다.

지분 이동이 없었다면 조 회장 일가 몫이 됐을 유상증자 부담은 한진칼이 대신 지게 됐다. 한진칼은 지주회사로 수입 대부분을 자회사들의 배당과 브랜드 사용료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대 주력 자회사가 대한항공이다. 한진칼의 유상증자 참여 재원의 원천이 대한항공인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과 세 자녀가 대한항공 경영진이란 점에서 증자의 원인이 된 재무구조 악화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주주로 하여금 경영에 대한 유한책임을 부여하는 효과도 있는데, 조 회장 일가는 지분 이동으로 이를 피하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대한항공 유상증자 신주발행 가격(보통주)은 전날 종가보다 약 23% 낮은 3만5300원이다. 하지만 늘어나는 주식수가 기존 발행주식수 대비 24%나 돼 할인에 따른 혜택은 거의 다 희석될 수 밖에 없다. 일반 주주 입장에서는 실권할 경우 발행주식수 증가에 따른 주가희석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유가급락의 수혜주로 대한항공에 투자했던 이들에게는 부정적인 뉴스인 셈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가 급락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돼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시점에서 유상증자를 결정해 발표 시점에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한편 조 회장 등이 만약 대한항공의 자본확충 내부계획을 사전에 알고도 일반 주주들에게는 이를 알리지 않은 채 자신들의 지분을 이동시켰고, 이후 증자를 발표했다면 ‘얌체증자’ 의혹이 제기될 만한 상황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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