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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손쉬운 가계대출로 연명하는 한심한 은행 경쟁력
은행 영업의 보신주의가 도를 넘은 듯하다. 은행들이 위험한 기업 대출을 외면하고 그 대신 손쉬운 가계 대출에 주력하는 한심한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은행 대출의 90% 가량이 가계부문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실제 국민 신한 등 6대 시중은행의 작년 말 대출잔액은 793조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5조원(7.6%)이 늘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2.8% 늘어난 4조3000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반면 가계 대출은 기하급수로 늘었다. 전세 대출은 43.9%, 주택 담보 대출은 10.8% 증가했다. 가계 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가 완화한 정부 정책 탓이 크기는 하다. 하지만 은행이 큰 물에서 놀지 않고 만만한 가계를 영업의 주력을 삼는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소극적인 것은 한마디로 실력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KT ENS, 모뉴엘 등에 큰 돈을 떼였다. KT라는 대기업의 명성에 혹하고, 수출대금과 물량을 허위로 가공해 겉만 번드르한 서류에 엄격한 신용평가도, 현장방문도 없이 선뜻 거액을 내줬다 당한 것이다. 우리 국내 은행들의 여신심사 능력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그러니 국내 은행의 글로벌 경쟁력이 아프리카 후진국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기술평가 역량 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담보를 잡고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돈장사로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중소기업의 신기술이나 특허권 등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물론 일조일석에 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긴 안목에서 의지를 갖고 인력과 경험을 확충하는 데 비용과 시간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최근 증권업계가 위기에 직면한 것은 수익구조를 다변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식거래 수수료 수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시장상황 변동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다. 은행권도 다를 바 없다. 그 위기가 언제 은행권을 덮칠지 모른다. 손쉬운 가계대출과 예대마진 수익으로는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 은행 최고 경영자들이 초고액의 연봉을 받는 것은 모험 투자를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대가다. 아이디어와 기술에 대한 평가 능력을 키워 미래 기업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은 전적으로 최고경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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