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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박인호] 엄동설한 속 싹트는 ‘새 희망’
한해를 마무리 하는 12월 추위가 매섭다. 필자가 사는 강원 산골(홍천군 내촌면)은 지난주 20cm가 넘는 폭설이 내린데 이어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5도(기상청 동네예보)까지 떨어지는 초강력 한파가 몰아쳤다.

하지만 진정한 강원도 겨울추위는 아직 멀었다. 절기상 소한(2015년 1월 6일)과 대한(20일) 등 ‘형제추위’가 들이닥치는 1월이 그 절정이다. 사나운 칼바람과 눈 폭탄을 일컫는 ‘북풍한설’과 ‘쇠뿔이 굽을 정도로 몹시 춥다’는 속담이 이때야 비로소 실감난다.

이처럼 혹독한 산골의 겨울추위라 할지라도 다 감당할 만큼 우리에게 주어진다. 그래서 눈 쌓인 겨울에 보다 밀도 있는 자연과의 대화가 가능하다. 하얀 눈이 연출하는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순수와 평화, 무욕의 세계로 빠져든다. 산속에서 민가로 먹을 것을 찾아 내려오는 고라니, 너구리, 꿩과 참새 등은 항상 만나게 되는 자연의 친구다.

겨울 전원생활의 소소한 행복 또한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농촌에 살다보면 비록 현금은 없지만 건강한 먹거리는 그래도 풍족한 편이다. 필자 가족은 한겨울 집에서 따끈따끈한 호떡을 만들어 먹거나 고구마 감자 등을 구워먹는다. 냉동고에 얼려놓았다가 해동시켜 먹는 오디(뽕나무 열매)와 옥수수도 색다른 별미다. 또 시골 방앗간에서 뽑아온 현미 절편과 가래떡으로 겨우내 졸깃졸깃한 떡국과 떡볶이를 즐긴다. 움츠러든 몸을 확 풀어주는 뜨끈한 시래기 국도 빼놓을 수 없다.

농사일이 없는 한겨울에는 백수의 즐거움(?) 또한 한껏 누린다. 잠은 자고 싶은 만큼 푹 잔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이면 양지 바른 곳을 거닐며 깨끗한 공기를 천천히 심호흡하며 느긋하게 일광욕을 즐긴다. 이렇듯 혹한의 시련 속에서도 스스로 찾아 맛보는 작은 행복들이야말로 진정한 느림의 미학이요 한중한(寒中閑)의 한 모습이 아닐까.

새로운 2015년이 채 열흘도 남지 않았다. 겨울로만 본다면 12월보다 훨씬 혹독한 1월이 기다리고 있지만, 시간의 순환으로 보자면 ‘새로운 희망’이 이미 싹을 틔웠다. 22일은 절기상 동지(冬至)다. 이날은 1년 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길고 낮의 길이가 가장 짧다. 이후 해가 점차 길어져 새로운 양의 기운이 솟아난다. 음양 순환의 끝이자 시작인 날이 바로 동지다. 그래서 예부터 동지는 새로운 해의 시작으로 여겨져 ‘작은 설’로 대접받았다.

2014년 한해를 되돌아본다. 올해는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뒤흔든 ‘세월호 참사’부터 ‘군의 잇단 대형사건·비리’, ‘총리후보자 잇단 사퇴’, ‘경기침체 장기화와 무상복지 논란’, 그리고 최근의 ‘청와대 비선의혹 문건 유출 파문’, ‘대한항공 땅콩회항 파문’에 이르기까지 어두운 대형 이슈가 유독 많았던 한 해였다.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팍팍해진 살림살이, 기업 구조조정, 자녀교육 및 결혼에 대한 걱정에 얽매여 있음을 보게 된다.

동지로부터 출발한 ‘새로운 희망’이 성탄절(25일)의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로 이어지고, 새해 새아침을 맞아 찬란한 빛을 발하는 태양처럼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여유와 평안, 행복을 가득 채워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시련 속에서 새 희망은 피어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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