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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기자의 세상읽기] ‘쇼닥터’를 잡겠다고?
방송사가 늘면서 방송 프로그램(이하 프로) 도 다양해졌습니다. 넉넉하게 골라잡을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다행지만 이로 인한 선택의 혼란도 적지 않습니다.

그 중에도 토크는 토크인데 집단으로 둘러 모여 앉아 수다 떠는 형식의 프로가 단연 눈에 띕니다. 방송가에선 이런 프로를 정보(information)와 오락(entertainment)을 합성해 ‘인포테인먼트’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문제는 이런 것이 지나치게 많다는 겁니다. 많은 것은 흔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물난리에 정작 마실 물이 없다고 했던가요. 결국 양은 질의 저하를 가져 올 위험이 있습니다. 

의료천국, 성형공화국으로 통하는 부산 서면 일대.

각설하고, 오늘은 이런 프로에 나오는 의료분야 전문가들에 관해 말하려 합니다. 오락프로에 단골로 나오는 의사들을 닥터테이너(의사+연예인)라고 합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혼신의 힘을 쏟기보다 정치에 더 눈독 들이는 교수(프로페서)들을 ‘폴리페서’라고 하듯 말입니다.

닥터테이너들에 대한 일반의 시선은 좋을 리 없습니다. 환자치료라는 본연에서 일탈해 오락방송에 출연해 하루 한나절을 보내는 경우가 허다한 때문입니다. 속내를 더 들여다보면 한심합니다. 이 방송 저 방송 연타석 출연의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상당수 출연자들이 방송사에 출연대가로 찬조금을 낸다는 얘기입니다. 

과잉 진료 논란을 부른 가수 신해철 씨의 사망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유족 및 관계자들.

왜 그럴까요. 자기PR 때문입니다. 본인과 소속병원을 다중에 드러냄으로써 결국 호객행위를 하겠다는 겁니다. 여기에 자기노출 본능까지 보태지는 것은 물론이고요. 일부 의사들은 명찰과 병원마크가 붙은 의사복을 입은 채 방송도 모자라 건강관련 식품을 파는 홈쇼핑에까지 몸을 던집니다. 가수 신해철 씨의 사망으로 세간에 알려진 S병원장도 방송 출연에 단단히 맛을 들인 케이라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얘기입니다.

이런 부류의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으로 유명인들, 특히 연예인들이 찾아 들기 시작하면 그날부로 대박 행진을 이어갑니다. 노골적인 의료광고의 결과입니다. 

신해철 씨의 사망사건과 관련 논란의 중심에 선 S병원 원장.

문제는 오정보의 난무입니다. 흥미까지 유발하다 보니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하는 관련 정보들이 과장 왜곡되기 일쑤입니다. 가령, 유산균을 먹고 당뇨환자가 혈당을 조절했다거나 불임환자가 임신을 했다는 황당한 코멘트가 언론 취재망에 잡힙니다. 이 모두 전문가들은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한 술 더 떠 비만 치료와 성형을 노골화하는 프로그램도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습니다. 비만의 원인을 규명하고 예방하는 데 주안점을 두기보다 비만이라는 결과에 대한 무리한 접근으로 안전은 뒷전입니다. 그러니 목숨까지 앗아버리는 불행한 사고가 전국 곳곳에서 비일비재합니다.

사태가 심각성을 넘어서자 대한의사협회가 자체 정화를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과도한 TV 출연과 상업성 홍보를 일삼는 닥터에 대한 호칭도 개념도 새롭게 정립한 모양입니다. 일반에 알려진 닥터테이너가 아닌 ‘쇼 닥터(Show doctor)’로 말입니다. ‘의사 신분으로 방송 등 매체에 출연해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시술, 건강보조식품 등을 허위 과장에 대중에게 전달하는 의사’라는 겁니다.

협회는 ‘쇼 닥터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쇼 닥터 대응 가이드라인’ 제정에 착수했다고 한다. 그리고 쇼닥터 선상에 대여섯 명을 올려놓고 재단을 하고 있다고 들립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의아합니다. 그 중에는 탈모명의로 소문난 이 등 이미 거의 사기성이 농후한 인물들이 우선 대상이라는 겁니다.

과연 이들만이 의학계를 비판의 도마에 올리고 의료계를 혼탁하게 하는 장본인들일까요. 과연 이들 외에는 더 없는 걸까요. 매번 관련 프로에 나와 입담경연을 펼치는 이들 중에 해당자는 없는 걸까요.

그러고 보니 호칭부터 이상합니다. 쇼닥터? 홈쇼핑에 나와 달변으로 마케팅의 진수를 보여주는 ‘쇼호트’가 애꿎게 연상되는 이유는 뭘까요. 정작 매를 대야 할 이들은 제쳐두고 힘없고 백 없는 이들을 사전 설정해 한데 묶어 내치려하는 꼼수가 기자의 눈에만 엿보이는 걸까요.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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