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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한상완] 해운<海運>이 멈춰서면 나라가 멈춰선다
해운업은 생존 걸린 국가기간산업
경기침체로 국적선사들 고사 위기
원가절감형 대형선박 건조 나서고
재무구조 개선 위한 정부지원 절실



전기가 끊어진 세상을 상상해보자. TV나 냉장고가 멈춰서고 TV나 냉장고를 만드는 공장도 멈출 것이다. 휘발유나 경유가 없다면 자동차, 버스가 멈추고 자동차 공장도 멈춰선다. 그뿐이랴. 그 공장들이 멈춰서는 만큼 우리의 일자리도 사라진다. 수출할 물건이 없으니 벌어들이는 달러가 없고, 해외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한다. 90% 해외에 의존하는 먹거리 수입이 중단되고 당장 오늘의 끼니를 걱정해야만 한다.

해운사가 갖는 중요성은 바로 여기서 비롯한다. 해운사가 없으면 우리는 발전용 연료탄을 수입하지 못하고, 원유나 먹거리도 수입하지 못한다. 우리가 만든 물건을 해외로 실어 나르는 것도 불가능하다. 특히 사실상 섬나라인 우리나라는 육상 운송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해운사가 그만큼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다른 나라 배를 사용하면 된다고 할 수도 있다. 평시에는 틀린 말이 아니다. 만약 비상상황이 발생해 다른 나라 선사들이 우리나라 화물 운송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그때는 어찌할 것인가. 그때의 충격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각국은 자국의 국적선사를 보호하는 것이고, 해운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인 이유다.

지금 우리의 국적 선사들이 죽어가고 있다. 지금까지는 해운경기 침체로 힘들어했고, 앞으로는 경쟁 선사들의 치킨 게임에 고사할 것이다. 머스크, OOCL 등 세계 주요 선사들은 현재의 운임에도 대폭의 이익이 발생하는 초대형 선박 건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대로 우리 선사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미래에 대한 투자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한다. 지난 1년 동안 업계 1, 2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각각 3조원에 육박하는 자산 매각을 단행했고 그만큼 부채 감축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원가가 절감되는 초대형 선박 건조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발주한 선박들이 투입될 때쯤이면 우리 선사들은 도저히 경쟁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벌크 선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업계 3위 팬오션과 4위 대한해운이 나란히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대한해운은 주인을 찾아 회생의 길을 걷고 있지만 외형은 볼품없이 쪼그라들었다. 팬오션은 법정관리 상태에서 주인을 찾고 있는 중이지만 회사의 장기 안정 성장을 이끌어줄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대로 놔뒀다간 5년이나 10년 후에 또다시 법정관리를 맞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해운사가 멈춰서면 나라가 멈춰선다. 그들이 대량화물(발전용 연료탄, 철광석, 원유 및 가스, 곡물 등)을 외국으로부터 실어오고, 우리가 만든 제품을 컨테이너에 담아 해외로 수송해야만 대한민국도 멈추지 않고 돌아간다. 그런데 지금 우리 해운사들은 조금씩 죽어가고 있다. 우리나라가 돌아가기 위해서도 국적선사들을 살려야 한다. 우리 국적선사들이 초래한 경영 실패는 그 정도 구조조정이면 책임질 만큼 했다고 본다. 더 이상의 구조조정은 국적선사들의 미래 투자를 저해해 경쟁력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우리 국적선사들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지원이 시급하다.

컨테이너 선사들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 우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영구채 발행 지원, 회사채 인수조건 개선 등이 필요하다. 원가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에서 원가절감형 초대형 선박 건조에 나서야 한다. 선가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저원가 선박을 건조하고 이를 우리 해운사에 낮은 용선료에 임대해줄 필요가 있다. 이것은 비단 해운사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기 침체에 신음하는 조선사를 지원하는 길이기도 하다.

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벌크선사는 제대로 된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 선진화된 경영시스템과 자금력을 갖춘 대량화물 화주에게 경영을 맡겨 다시는 부실화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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