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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최선희> 모두가 하나된 ‘더불어 행복한 발레단’
소박하지만 감동적인 무대였다. 공연을 무사히 마친 아이들의 눈빛은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 충만했다. 사자, 코끼리, 닭, 거북이 등 ‘동물의 사육제’ 공연을 위해 갖가지 동물들로 분장한 아이들은 막이 내리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녹음이 조금씩 짙어갈 무렵 시작된 만남은 늦가을 낙엽이 다 떨어질 즈음 아름다운 공연으로 이렇게 마무리됐다.

‘더불어 행복한 발레단’.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진 독특한 발레단이다. 보건복지부가 후원하고 서울발레시어터가 주관하는 이 발레단은 작년 처음 1기 단원이 선정됐고 당시 ‘피터와 늑대’ 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그리고 올해 또다시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2기 단원을 모집했다. 단원 모집 공고를 봤을 때 나는 망설임 없이 참가 신청을 했다. 발레와 무대를 너무 좋아하는 딸 태인이에게 좋은 경험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목동 집에서 과천에 있는 연습실까지 매주 태인이를 데리고 가는 일과가 시작됐다. 공연이 가까워지면서는 토요일과 일요일도 연습에 할애해야 했다. 발레를 너무 좋아하긴 하지만 아직은 어린 나이라 버거워하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태인이는 씩씩하게 잘 버텨주었다. 장애인 친구, 오빠, 언니들과도 잘 어울리며 조금씩 공연을 완성시켜 나갔다.

물론 초반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연습 시간에 소리를 지르거나 움직이지 않으려는 언니, 오빠들을 보면서 생각과는 다르다는 걸 느낀 것 같았다. 나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는 것,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는 함께 가야한다는 것도 힘겹게 배워야 했다. 위기는 또 있었다. 공연이 가까워질 무렵, 같이 코끼리 역할을 맡은 언니가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는 바람에 언니를 이끌고 동작을 하다 보니 정작 자신의 것을 놓치는 일이 생긴 것이다. 매주 즐겁게 연습에 참여하던 태인이도 막상 이런 일이 생기자 부담감에 울음을 터뜨렸다. 결국 처음부터 다시 동작을 하나하나 익히고 다행히 페이스를 찾으면서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발레단 공연을 통해 태인이는 마음의 키가 훌쩍 자랐다.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커졌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장애인 친구들을 아픈 친구들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 나와 다르지 않으며 무엇이든 같이 이룰 수 있는 ‘그냥 친구’로 여기게 됐다. 기대와 우려 속에 보낸 5개월 남짓한 시간이 우리 모두에게 성장이라는 결실을 선물했던 것이다.

“좋은 경험, 했네요.” 공연이 끝나고 난 뒤, 주변 사람들이 건넨 인사말이다. 좋은 경험? 그래 좋은 경험이었지. 나 자신도 처음엔 그렇게 여겼으니까.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동의 목표를 향해 손잡고 달리는 모습이 단지 ‘좋은 경험’이 아닌, 자연스런 ‘일상’이 될 수는 없는 걸까?

SNS 알림음이 울린다. 2기 발레단 어머니들의 모임이다.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어머니의 마음은 다르지 않기에 공연이 끝난 지금도 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함께 대화를 나누며 우리는 깨닫는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나 그렇게 조금씩, 세상은 앞으로 나가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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