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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박승국> 이제 월세시대를 미리 대비하자
박승국 라이프테크 대표

통계청이 내놓은 ‘2014년 가계금융ㆍ복지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세입자 가계의 전세보증금은 평균 9897만원이다. 이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10년 평균 전세보증금은 7496만원으로 4년 만에 2401만원(32.0%)이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세 가구의 경상소득은 3910만원에서 4710만원으로 800만원(20.5%) 남짓 증가했다.

경상소득의 증가보다 높은 전세 보증금 상승이 가계를 힘들게 만들고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 또 지난 3월 서울시의 ‘서울시민의 주거실태와 정책수요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에서 월세로 바꾸면 서울시민의 소득대비 임대료 비율(RIR)이 평균 13.6%에서 32.4%로 2배 이상 오른다고 한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월세로 전환되는 경우도 많아서 전셋집을 옮기지 않으려면 빚을 얻거나 월세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전세가 상승과 월세선호현상은 단기적인 상황이라고 보기 힘들다. 저금리가 지속된다면 월세로의 전환은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줄어든 전세물량은 전세가 고공행진이라는 악순환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보유만 해도 오르는 시절의 전세는 임대인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유용하게 사용되었지만,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기대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집주인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전세를 내놓기 힘들다. 아파트의 평균 수명을 40년으로 본다면 매년 2.5% 감가상각이 이루어지는 셈인데,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의 70%정도라고 한다면 연 2.5% 은행 이자수익을 얻는다 하더라도 집주인이 매년 매매가의 30%에 대한 감가상각만큼 손해를 보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집주인들이 전세를 내서 손해를 보거나 세입자가 월세를 살면서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 집주인들의 월세선호현상과 높은 상승률에도 불구하고 세입자들의 전세선호현상은 피할 수 없다.

전세가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월세제도로의 전환이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면, 월세제도의 연착륙을 위한 정부의 정책이 주택정책에서 우선시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수를 늘리고, 직접 지원하는 주거복지 정책이 필요하다. 또 다주택자의 민간 임대사업자 전환을 유도하고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등록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획기적인 세제혜택 등 민간임대 공급확대를 유도하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월세제도의 안착을 위해서 주택임대관리업의 활성화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정확한 과세를 같이 추진하는 것도 시장의 투명성 면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다.

정부에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민간주택시장을 살리겠다고 하고 있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기업형 민간임대 활성화를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충분히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하고, 세입자만 약자로 보고 임대인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식이라면, 실익이 없는 민간주택시장에 뛰어들 기업은 없고 정부의 뜻대로 시장이 만들어 지지도 않을 것이다. 민간주택시장이 활성화되더라도 시장에 공급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공급된 주택은 시장논리에 따라 전세물량보다는 월세로 전환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정부도 월세화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기는 어려우며 개입하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시인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세제도의 종말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는 각각 다르지만 월세시대로의 전환에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이제 월세시대를 선언하고 미리 대비하는 정부의 정책적인 결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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