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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박상근> 법인세 인상론이 공허한 이유
이명박 정부는 세율의 세계 추세와 기업의 경쟁력을 감안해 2009년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3% 포인트 내렸다. 야권은 이를 ‘부자감세’라면서 기회 있을 때마다 원상 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법인과 법인세의 성격을 잘 모르는 오해에서 비롯된 공허한 주장에 불과하다.

법인은 실체가 아니다. 주주가 이익 창출을 위해 활용하는 도구, 즉 ‘도관(導管)’에 불과하다. 법인소득은 배당으로 주주에게 최종 귀속된다. 배당에는 소득세가 과세되는데 이때 법인단계에서 부과된 법인세를 공제받는다. 법인소득과 법인세의 실질 귀속자는 법인이 아니라 주주다. 그런데도 야권은 ‘법인=부자’로 오해해 법인세율을 올리려는 잘못된 주장을 펴고 있다. 부자인 대주주의 배당관련 소득세를 강화해야 확실한 부자증세가 이뤄진다. 그러면서 성장과 일자리 창출 주체인 기업의 법인세는 낮은 세율을 유지하는 게 옳다. 이래야 세 부담의 공평성과 경제의 효율성도 높아진다. 하지만 정부는 배당소득세를 내리고, 야권은 법인세를 올리는 ‘엇박자 세제’로 가고 있다.

법인세가 부자 세금이 아니라는 사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무려 23개국이 법인소득의 크기와 관계없이 낮은 단일세율을 적용하는 것으로도 증명된다. 법인세율은 투자 유치, 기업의 경쟁력, 일자리 창출과 직접 관련돼 있다. 글로벌경쟁시대에 세계 각국이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벌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도 한국은 높은 임금, 과도한 규제,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 기업경영 환경이 경쟁국에 뒤진다. 이는 기업의 해외 탈출을 부추긴다. 기업이 떠나면 일자리는 누가 만들고, 세금은 누가 내나. 전경련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8년 111억 달러였던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액(FDI)은 2013년 122억 달러로 5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2008년 122억 달러였던 싱가포르의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2013년 637억 달러로 5년 만에 한국의 5배로 급증했다. 한국보다 5% 포인트 낮은 싱가포르 법인세율(17%)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법인세율을 내려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고 경기가 활성화되면 오히려 세수가 늘어날 수 있다. 세율과 세수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래퍼곡선(Laffer curve)’도 그 가능성을 설명한다. 우리나라 법인세수 통계에서도 세율이 내렸지만 세수가 늘어난 현상이 확인된다. 한국의 법인세율은 2001년 28%에서 2010년 22%로 6%포인트(21.4%) 인하됐다. 그런데도 법인세수는 2001년 17조원에서 2010년 37조30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올해도 야권은 ‘부자증세’라는 이념적 잣대로 법인세율 인상을 주장하다가 정치적 타협으로 물러섰다. 법인세를 정치적 타협의 지렛대로 삼는 행태가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 정치권은 이념적, 정치적 잣대가 아닌 기업의 경쟁력, 투자 유치, 경쟁국의 세율 수준 등 순수 경제적 관점에서 법인세의 인하를 고려해야 한다. 이래야 투자가 늘어나면서 고용이 확대되고 소비가 증가하는 경제의 선순환이 이뤄진다. 이것이 지속 가능하고 궁극적인 세수 확보 방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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