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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십상시(十常侍)
동양 최고의 고전이자 권력을 둘러싼 문학적 상상력의 보고인 삼국지는 후한 말기의 혼란기로부터 시작된다. 십상시(十常侍)는 바로 그 후한 말 영제 때 황제의 시중을 들며 황제를 능가하는 권력을 휘두르고 조정을 농락한 장양(張讓)과 조충(趙忠), 곽승(郭勝), 하운 등 10명의 환관을 이르는 말이다. 열두 살의 어린 나이에 황제가 된 영제는 환관 장양을 아버지에 버금가는 어른이라는 뜻의 ‘아부(阿父)’라고 불렀다고 하니 그 위세를 짐작케 한다.

십상시의 국정 농단에 대한 제후와 사대부,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른 것은 당연하다. ‘황건적의 난’은 당시 민심을 보여준 대표적인 민란이었으며, 영제의 외숙인 하진이 제후를 이끌고 십상시를 제거하려다 실패하면서 혼란이 극심해졌다. 결국 원소와 조조가 20만 대군을 이끌고 궁궐로 처들어가 환관 2000여 명을 처단하고 십상시의 뿌리를 뽑았지만, 무너진 황실의 권위는 회복불능 상태에 빠졌다. 혼란의 와중에 동탁이 영제의 아들인 황제 변(辯)을 앞세우고 권력을 장악한 후 횡포를 부리자 제후들의 군웅할거가 이어지면서 천하는 대혼란에 빠진다. 이것이 유비와 관우, 장비가 혼탁한 질서를 바로잡고 한나라의 정통성을 되찾기 위해 도원결의하면서 시작되는 대서사시 삼국지의 서막이다.


최근 언론에 유출돼 큰 파문을 던지고 있는 ‘정윤회 동향’ 문건에서 청와대 비선(秘線) 실세를 십상시에 비유한 것은 충격적이다. 입에 담기도 민망한 이 용어를 사용한 것에서 권력을 둘러싼 암투의 냄새가 짙게 배어난다. 검찰에까지 넘어간 이번 파문과 관련, 문건 유출 경위 뿐만 아니라 그 실체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해준 선임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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