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홍길용 기자의 화식열전> 확신과 실천
진(秦)은 중국 최초의 중앙집권 제국이다. 나라의 기틀을 다진 이가 목공(穆公) 때 재상 건숙(蹇叔)과 백리해(百里奚)다. 하지만 중국 대륙을 통일할 초강대국으로 한 단계 더 도약시킨 것은 효공(孝公) 때 재상 상앙(商)이다. 그의 변법(變法)은 중국 최초의 본격적인 정치개혁이란 의의도 크다. 사기(史記)에서도 상군(商君)이라 높이며 열전(列傳)을 따로 둘 정도다. 법가의 시초 격인 상앙의 혁신 리더십은 꽤 강렬하다.

“남보다 뛰어난 사람의 행동은 세상의 비판을 받기 쉽고, 홀로 지혜를 지닌 사람은 대중의 미움을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매한 자는 일의 성과를 예측하지 못하지만, 지혜 있는 자는 일의 징조가 있기 전에 미리 알 수 있다. 큰 공을 성취하는 자는 대중과 함께 의논하지 않고, 백성들을 진실로 이롭게 할 수 있다면 낡은 예법 따위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통일제국 17년 만에 막을 내린 진을 이은 한(漢)은 중국 중앙집권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하지만 초기에는 공신 출신 지방 제후들의 힘이 막강했다. 경제(景帝) 때 개혁가 조조(晁錯)는 국력 분산을 막기 위해 이들의 힘을 누르는 ‘삭번(削藩)’ 정책을 편다. 제후들은 강력히 이에 반발한다. 경제는 조조를 희생양 삼아 제후들을 달랬지만 끝내 ‘오초(吳楚) 7국’의 난을 피하지는 못했다. 한은 내전이라는 값비싼 비용을 치른 다음에야 본격적인 중앙집권 체제를 갖출 수 있었다.

그나마 상앙과 조조의 변법은 성과라도 맺었다. 북송(北宋) 중기 왕안석(王安石), 청(淸) 말기 강유위(康有爲)의 변법은 반대파들의 저항에 당시 군주들이 결국 후원을 끊었고, 실패로 돌아갔다. 개혁 실패 후 후 북송과 청은 급격히 쇠락한다.

대한민국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의 최근 행보가 숨가쁠 정도다. 세간의 예측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조치들도 잇따르고 있다. 기대도 크지만, 워낙 예상 밖의 결정들이 많아 놀람과 걱정이 공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삼성 뿐 아니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치열하게 변화와 혁신의 몸부림을 치고있다. 현상유지만으로 잘 될 것이라 믿는 기업들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보통 혁신을 마주쳤을 때 먼저 성패를 예상한다. 결과도 중요하다. 하지만 결과를 낳는 것은 확신과 실천이다. 한니발과 나폴레옹의 이탈리아를 제패는 알프스을 넘을 수 있다는 확신에서 시작됐다. 확신이 없다면 실천도 없고, 성공도 없다. 상앙도 “의심하며 하는 일에는 성공이 없다(疑事無功)”라고 강조했다.

손자병볍에 금빛 매미는 허물을 벗어야 만들어진다는 금선탈각(金蟬脫殼)의 계책이 있다. 변화와 혁신이야말로 화식의 지혜 중에서도 핵심이다.

kyh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