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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사외이사제 개선, 후진적 지배구조 탈피 전환점 돼야

KB금융지주 사태로 제도개선 목소리가 높았던 사외이사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모범규준’을 내놨다. 금융위가 우선 메스를 댄 부분은 특정 직업군의 독식이다. 교수나 관료 출신들이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62%를 차지하며 자기권력화하는 하는 폐단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여러 직군, 직종의 전문가들로 균형 있게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금융, 경영, 회계 경험과 지식을 보유할 것을 자격요건으로 했다. 기관투자가나 주주 등 외부에서 사외이사 후보군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전문성과 다양성 측면에서 비람직하다. 임기를 2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매년 금융사 자체 평가를 실시하며 2년마다 외부 기관의 평가를 받도록 권고한 것은 책임성 강화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사외이사 제도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식 경영의 적폐를 제거할 기제로 도입됐다. 대주주의 전횡이 기업경영을 그르치지 않도록 폭넓은 조언과 함께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하도록 했다. 그러나 한국에 이식된 사외이사제도는 좀처럼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 KB금융지주에서 보듯 회장과 행장이 막장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싸움을 벌였지만 파국을 막을 중재ㆍ조정 장치가 전혀 가동되지 못했다. 은행장에 이어 회장이 물러났음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KB금융의 LIG손보 인수를 쥐고 압박의 강도를 높이자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이경재 이사회 의장이 21일 마지못해 사임의사를 밝혔을 뿐이다. 회장 추천권, 행장 추천권, 사외이사 추천권까지 스스로 다 가졌으면서도 책임은 안 지고 권한만 비대해지는 판이니 개혁의 메스를 자초한 셈이다. 

사외이사제 개선 못지않게 중요한 게 ‘CEO 리스크’를 차단하는 것이다. 주요 금융그룹이 CEO 승계 때마다 극심한 내홍이 되풀이되고 있는 만큼 이사회가 매년 CEO 후보군 관리와 승계 계획 적정성을 점검토록 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CEO 승계 프로그램이 국내서는 정착되지 못하는 기저에는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가 있다. 대선캠프 또는 모피아 출신이 권력 실세의 줄을 잡고 내리꽂히는 순간, 게임의 룰은 엉망이 된다. 낙하산 CEO가 권력화된 사외이사와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가 되면 지배구조 개선은 요원하다. 이번에 제시된 모범규준의 안착 여부는 금융업계뿐만 아니라 산업계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만큼 파급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입법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명실상부한 모범규준을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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