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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이옥경> 작가의 열정이 만드는 작품의 가치
어느 날 화가는 불현듯 화실 속으로 들어갔다. 1주일간을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채 그림에만 몰두했고, 작품이 완성되자 몇 달을 앓아 누웠다. 이를 염려한 화가의 부인은 그가 모르게 작품을 다른 이에게 팔아버렸다. 후에 이 소식을 들은 화가는 그 작품을 자신의 대표작이라 여기며 두고두고 안타까워했다.

바로 장욱진의 작품 ‘진진묘’다. 1970년 1월 3일 명륜동 집에서 불경을 외는 부인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이 작품은 독실한 불교 신자인 부인의 법명 ‘진진묘(眞眞妙)’를 제목으로 삼았다. 불교를 소재로 한 장욱진의 최초의 작품이기도 한 진진묘는 혼신의 힘을 다한 장욱진의 대표작으로 지금까지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지난 10월, 처음으로 경매에 출품된 이 작품은 4억5000만원에 시작해 무려 23번의 경합 끝에 6억2500여만원에 판매되며 그 가치를 입증했다. 장욱진의 작품 중 같은 크기의 1980년대 작품이 점당 1억원 내외에 거래되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작품의 거래가격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 작품의 가치를 높인 것일까?

미술시장에서 작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요인은 작가와 작품, 주제, 크기, 제작 시기, 상태, 소장 경로 등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예상하기 힘든 경합을 이끌어 내는 것, 즉 컬렉터들에게 소장에의 열망을 부추기는 요인은 따로 있다. 바로 작품에 담긴 작가의 열정과 그것이 빚어내는 이야기다. 작가의 손 끝이 닿은 작품 하나하나에 애착이 담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유독 작가의 혼이 담긴 작품은 따로 있기 마련이다. 작품이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 즉 가격은 구매자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데, 구매자들은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작품 속에 담긴 작가의 열정과 염원이 보는 이에게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작가의 이름을 오래도록 빛내는 것은 작품의 숫자가 아닌, 혼이 담긴 작품 한 점인 것이다. 동시대에 그리고 후대에 존중받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작가 자신을 상징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작가들은 아뜰리에에서 자신의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정보가 넘쳐나고 다양한 의견이 난무하는 가운데 자신의 뜻을 지키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심을 잃지 말고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펼쳐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바로 지금 몰두하고 있는 그 한 점의 작품에 자신의 열정과 혼을 담는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는 세상을 떠나기 9개월 전, 말끔하게 면도를 한 자신의 얼굴을 그림으로 그려 어머니에게 보냈다. 함께 보낸 편지에는 “제가 건강해져서 다시 파리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 그림은 아마 제 대표작이 될 거예요”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어머니의 생일을 기념하며 보낸 이 그림에는, 먼 곳에 있어 볼 수 없는 자식을 가슴속에 담아둔 어머니의 마음을 달랠 반 고흐 자신의 모습이 담겨있다. 6호 크기의 작은 이 자화상은 미술시장에서 반 고흐의 작품 중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가치를 부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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