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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오른 전셋값…앞으로 더 오른다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겨울이 성큼 다가왔지만 전셋값이 잡힐 기미를 보이질 않는다. 지난주(11월4~10일) 수도권 아파트 전세는 0.15% 상승해 전주(0.13%)보다 더 뛰었다. 전국 기준으로도 0.12% 올라 전달(0.10%)보다 상승폭이 컸다.

전셋값은 월간 기준으로 2012년 9월 이후 쉼없이 위로 향했다. 26개월 연속 상승세다. 이 기간엔 여름ㆍ겨울철 비수기가 따로 없었다. 26개월 누적치로 전국 아파트 전세는 13.10%, 수도권 아파트 전세는 15.93% 각각 비싸졌다. 수도권 2억원짜리 전셋값을 기준으로 평균 3000만원 정도씩은 올랐다는 이야기다. 


전셋값이 상승세를 이어온 역사는 사실 좀 더 길다. 비수기 한두달 마이너스를 기록해도 연간 기준으로는 줄곧 올랐다. 2005년부터 10년 동안 상승세가 이어졌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매매와 전세의 관계는 완전히 달라졌다. 2009년까지 매매와 전세는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005년 매매값이 상승 반전할 때 전세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집값 급등기였던 2006년 매매가격이 20.34%나 뛰었을 때 전세도 10.35% 폭등했다. 이때까지 매매와 전세는 동반자(coupling)처럼 움직였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주택담보대출을 잔뜩 받아 무리하게 집을 샀던 사람들의 매물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고, 주택 매수세는 갑자기 종적을 감췄다. 매매가격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셋값 상승세는 변함없었다. 오히려 더 올랐다. 집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주택수요자들이 전세만 찾았기 때문이다. 2010년 매매가격은 1.75% 떨어졌는데, 전셋값은 6.33% 올랐다. 2011년엔 매매값은 별 변동이 없는데 전셋값만 11.02%나 뛰었다. 매매와 전세가 따로 노는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 나타났다.

매매값은 위축됐는데 전셋값만 오르니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월부터 현재까지 5년10개월간 상승했다. 수도권은 39.8%에서 66.6%까지 뛰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 세입자들의 전세 선호도는 더 커지지만 전세 물량은 더 줄어들 전망이기 때문이다. 세입자 입장에선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없으니 굳이 집을 살 이유가 없다. 월세는 은행 이자와 비교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차라리 대출을 더 받아 전세에 사는게 낫다. 2%대인 초저금리 상황에서 ‘월세이율’은 대부분 지역에서 9%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집주인 입장에선 더 이상 전세를 놓을 이유가 없다. 하루빨리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게 이득이다. 조건만 되면 기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고 있어 월세물량은 꾸준이 늘고 있다.

전세의 월세 전환이 속도를 내면서 월세가구수는 전세를 추월하기 직전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월세는 2006년 301만1855가구였다가 2012년 383만4566가구로 27% 늘었다. 같은 기간 전세는 355만6760가구에서 386만4820가구로 8% 증가하는데 그쳤다.

집값이 정체되고 은행 금리에 비해 월세이율이 높게 유지된다면 이런 추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현재 조사중인 2014년 기준 주거실태 조사결과가 나와야 확실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겠지만, 이미 월세가 전세를 추월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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