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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이우갑> 韓·中 FTA, 문제는 소프트 파워다
지난 10일 한중 FTA가 타결됐다. 이번 한중 FTA는 인구 13억 명, 연간 5000조 원에 달하는 거대 중국 시장의 빗장이 열렸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반대로 알짜배기 품목이 제외된 낮은 단계의 FTA라고 폄하되기도 했다.

필자의 회사는 저속엔진용 배기 밸브스핀들(Valve Spindle)에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조선기자재 제작업체다. 엔진의 핵심부품인 밸브스핀들에 세계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회사들과 협력적 관계를 갖고 있다. 또 FTA 타결로 매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한중 FTA 타결에서 주목해야할 분야는 조선ㆍ자동차ㆍ철강 등이 아닌 바로 소프트 파워(Soft Power)다. 소프트 파워란 경제력, 군사력의 하드 파워(Hard Power)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국제정치학자 조지프 나이(Joseph Nye)가 1989년 처음으로 주장했다. 연성권력(軟性權力)이라고도 불리는 소프트 파워는 쉽게 말해 ‘문화의 힘’이다.

현재 미국은 경제력의 많은 부분에서 중국에게 1위 자리를 빼앗기며 초강대국의 위상을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21세기에 미국이 중국에게 진정한 의미의 패권을 내줄 가능성은 낮다. 그것는 바로 미국의 연성권력 때문이다. 중국은 제 1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하기위해 전 세계를 상대로 투자를 늘리는 등 빠른 경제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에 반해 중국의 소프트 파워는 아직까지 덜 성숙한 상태다. 이를 잘 아는 중국은 전 세계 123개 국가에 465개 공자학원과 그보다 규모가 작은 713개 공자학당을 설립했다. 하지만 중국의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몸집이 거대한(하드 파워) 어린애(소프트 파워)란 것이 중론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소프트 파워는 어떤가? 전 세계에 퍼져있는 대중문화의 중심에서 미국문화가 단연 압도적이다. 이런 미국문화를 몇 가지 분야에서 위협하는 유일한 문화가 한류다. 한류는 드라마, 케이팝(K-Pop), 게임 등에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중국은 한중 FTA 타결을 통해 그동안 막아왔던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개방했다. 앞으로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과 공동으로 드라마, 영화, 케이팝 공연과 앨범, 방송용 애니메이션 등을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이 이번 FTA협상에서 문화 서비스 개방은 다른 나라보다 확대했다. 앞으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중국 진출이 용이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한류, 즉 한국의 매력이 13억 중국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전 세계가 미국 대중문화에 빠져 코카콜라를 마시고, 스타벅스를 즐기며 맥도날드 햄버거에 열광한다. 13억 중국인이 소맥을 즐기고 한국 화장품을 바르고 한국 성형을 하는 것이 훨씬 빈번해질 것이다.

한국의 매력은 외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중국이 북한과 거리를 두고 한국과 가까워지는데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한중 FTA 문화 서비스 개방이라는 작은 날갯짓이 한반도 통일이라는 태풍을 몰고 오는 나비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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