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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기자의 세상읽기> 김자옥 님 별세 소식
[헤럴드경제=황해창 선임기자]깜짝 놀란 분들 많았을 겁니다. 유명 탤런트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아 온 김자옥 님이 폐암으로 세상을 떴다는 소식에 말입니다. 향년 63세입니다. 6년 전인가요. 대장암 소식과 이를 조기 극복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라 이번 폐암은 너무 느닷없습니다.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몇 줄의 글로 안타까움을 표하려 합니다.

십몇 년 전 일입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큰 행사였는데 비교적 무대 앞 몇 번째 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곧 바로 작은 웅성거림이 오른쪽 편에 들려옵니다. 순간 쳐다봤더니 와우! 아우라 같은 무언가가 확 피어오릅니다. 일행과 함께 살포시 자리 잡는 한 여인. 순간 고품격 백조 같기도 하고 활짝 핀 백목련 같기도 한 객석의 그 주인공은 바로 하루 전 고인이 돼 신 김자옥 님이었던 겁니다. 

고 김자옥 님 영정

그런 뒤 가끔 그 분을 TV화면에서 봤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장암에도 너끈하게 털고 일어나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뉴스로 접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슨 예능 프로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이 분이 나오는 ‘꽃보다 누님’이라는 프로는 신기해서 가끔 봤습니다. 어쩌면 저렇게 연세 지긋한 분들이 자유로운 영혼으로 아름답게 살아갈까. 참으로 소담스러웠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해맑은 웃음에 꾸밈없는 김자옥 님의 모습이 보기 좋았던 겁니다.

만추(晩秋), 늦가을 가뜩이나 심란한 때 김자옥 님의 별세 소식은 ‘거짓말’ 같습니다. 우선 딱 50중반인 제 아내가 그렇게 받아들입니다.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또 듣더니 멍한 표정을 짓습니다. 아마도 10년 후의 자신을 요모조모 살폈으리라 짐작됩니다. 늘 해맑은 웃음과 목소리, 그리고 남에게 조금이라도 해나 부담을 끼치지 못할 그런 이들은 나보다 훨씬 오래 살 것이라는 막연하나마 그런 믿음이 반대편으로 확 무너져 내린 때문일 겁니다.

더구나 고인은 1990년대 불혹을 넘기고도 ‘공주’라는 별칭을 받았습니다. 고귀해 도도하기 보단 청순가련하고 눈물 많아 보이는 사슴 눈 이미지 때문이었을 겁니다. 때문에 시샘이나 눈총을 받기보다 오히려 현실 속에 가까이 하고 싶은 연민의 만화 주인공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는 평이 더 어울립니다. 

6년 전 대장암 수술 후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굳건한 모습을 보여 준 김자옥 님과 남편 오승근 씨.

그러기에 고인의 죽음을 둘러싸고 감정이입으로 안타까워하는 이 시대의 중장년 여성들의 행렬이 상상 속에 그려집니다. 고인의 별세를 계기로, 여성분들 특히 또래 분들이 허탈감에 빠지고 또 건강 과민반응을 보일까 걱정입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특히 병마와 싸우는 분들은 이참에 더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는 것이 현명하고 옳습니다.

기자는 이 부분을 주목하고자 합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늘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도 하고 하지만, 특히 이 세대에 대해 개인적으로 각별한 감정을 가집니다. 이 분들, 그러니까 60세를 넘긴 초로의 세대들은 다름 아닌 전쟁세대입니다. 동족상잔으로 일컫는 6.25 한국전쟁 말입니다.

1950년 6월25일에 발발해 한반도를 3년이나 생지옥으로 몰아넣은 그 가공할 전쟁 중에 기적처럼 태어나 기적처럼 삶을 이어 온 그들입니다. 부모님이 전쟁 통에 유명을 달리한 전쟁고아 분들이 바로 이 세대에 포함됩니다. 이제 한 시름 놓고 살만한데 몸이 말을 듣지 않기 시작하는 분들이 이 분들입니다. 김자옥 님은 1951년생이니까 전쟁세대의 중심입니다.
지난 4월30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열린 악극 ‘봄날은 간다’프레스콜에서 극 중 한 장면을 연기하는 김자옥 님.

고인의 성장과정은 넉넉지는 않았지만 남부럽지는 않았나 봅니다. 시인이신 김상화 선생의 2남5녀 중 셋째 딸로 부산에서 태어나 배화여중에 들면서 TBC 드라마 ‘우리집 5남매’에서 아역 탤런트로 데뷔했고, 성인이 된 1970년 MBC탤런트 공채 2기로 선발돼 본격적인 연예인의 길을 걸었다고 합니다. 외길 50년이지만 세상과 이별하기엔 너무 이른 생이었기에 안타까움이 더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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