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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전창협> 晩秋…김자옥을 보내다
그나마 열심히 챙겨보는 TV프로그램이 있다. KBS2 TV에서 토요일 저녁 때 방영하는 ‘불후의 명곡’이다. 큰 화제를 불러 모았던 MBC의 ‘나는 가수다’의 아류란 평가를 한 때 듣기도 했다. 하지만 ‘나가수’는 종영했지만, ‘불후의 명곡’은 프로그램 제목처럼 롱런하고 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 가수들의 경연인 점은 똑같다. 하지만 격투기장에 가수를 내몬 정글같은 느낌을 떨칠 수 없었던 ‘나가수’보다는 ‘불후’은 따듯하다. 1등이 정해지지만, 불후의 명곡에선 선후배들의 정감어린 이야기들이 넘친다. 선배 가수의 노래를 재해석하는 축제같은 느낌이다. 지켜보는 ‘전설’ 역시 후배가수들의 노래에 고마움을 표시한다.

15일 불후의 명곡 주제는 ‘11월에 진 별’이었다. 11월에 세상을 떠난 위대한 뮤지션들이 이렇게 많았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대를 함께 했던 이들의 노래가 흘러 나왔다.

천재 뮤지션 유재하는 1987년 11월 1일 스물 다섯에 멈춰있다. 단 한 장의 앨범, 시대의 명반을 남기고 그는 어는 해 11월 첫날 세상을 떠났다. 가객(歌客)이란 말이 단 한명에게만 허용된다면 김현식일 것이다. 유재하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3년뒤 같은 날 김현식 역시 그의 목소리처럼 쓸쓸한 가을에 몰(沒)했다. ‘내사랑 내곁에’, ‘비처럼 음악처럼’ 등 노래방에서 누구든 한번 쯤은 그의 노래를 부르거나 들어봤을 것이다. 김현식은 그렇게 우리 곁에 살아있다.

배호가 세상을 떠난 1971년 11월 7일. 그는 4개월전 마지막 노래를 취입했다. ‘마지막 잎새’와 ‘0시의 이별’. 가수들은 자신이 부른 노래처럼 산다고 하는 데, 배호 그는 29살에 세상과 ‘마지막 이별’을 했다. 팬들에겐 배호의 죽음은 3년전 차중락의 요절을 떠올리게 했다.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란 얘길 들던 차중락의 대표곡은 엘비스의 번악곡인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이다. 그 역시 노래처럼 낙엽과 함께 27세의 나이로 팬들 곁을 떠나가 버렸다.

어떤 가수는 목소리로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는 걸까? ‘하얀 나비’, ‘이름 모를 소녀’같은 한국에서 가장 슬픈 노래를 만들고 부른 김정호의 보이스컬러는 요절을 예고하고 있는 듯 하다. 마치 김현식의 마지막처럼. 김정호에게 마지막 가을이었던 1985년 11월 29일, 그는 33살이었다.

11월은 아니지만 가을이 되면 ‘불후의 명곡’에서 추억해야 할 또 다른 한명이 있다. 지난달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난 ‘마왕’ 신해철이다.

불후의 명곡,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영원히 ‘소녀’로 남을 듯 했던 김자옥이 16일 세상을 떠났다. 시대를 사는 우리에겐 누군가는 연인을, 어떤 이에겐 누나를, 그리고 많은 이들에겐 엄마를 잃은 셈이다.

가을 막바지다. 가을 떠나보내는 만추지정(晩秋之情)이 이들 때문에 더욱 쓸쓸하다. ‘낙엽이 지면 꿈도 따라 가는 줄 왜 몰랐던가/너와 나의 사랑의 꿈, 낙엽따라 가버렸으니...(낙엽따라 가버린 사랑)’란 가사가 가슴 깊은 곳에 내려 앉는다.

11월에 떠난 그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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