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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문창진> 우울증, 고장난 사회의 자화상
문창진 차의과학대 부총장


따뜻한 웃음과 유머로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해온 미국 영화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지난 8월 심각한 우울증 끝에 63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 골든글로브상을 여섯 차례나 수상하며 유명세를 떨쳤던 그의 죽음은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우울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깨우쳐주고 있다.

이러한 점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세계 청소년 건강에 관한 보고서’에서 10대 청소년들의 첫 번째 질병이 우울증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WHO는 21세기에 인류를 괴롭힐 가장 심각한 질병으로 우울증을 꼽으면서 2020년에는 전 세계에서 질병순위 2위, 2030년에는 고소득국가에서 질병순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WHO에 따르면 현재 3억명 이상이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매년 100만명이 자살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우울증은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노인은 노인대로, 직장인들은 직장인대로, 군인들은 군인대로, 청년들은 청년대로, 아동들은 아동대로 우울증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난 9월 질병관리본부의 조사에서는 한국 성인 8명 중 1명이 최근 1년 사이에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노인의 15.1%가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학교청소년의 30~40%가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의 슬픔과 절망감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조기 전역한 사병의 81%가 자해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이상 때문이라는 발표도 있었다.

직장인들의 우울증도 매우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8명이 출근만 하면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는 이른바 ‘회사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66만5000명이 우울증 진료를 받았으며, 이는 5년 전에 비해 20%가 더 늘어난 수치다. 지금 대한민국은 이른바 ‘우울증 확산 증후군’을 겪고 있다.

우울증은 몇 가지 중대한 사회적 의미를 가진다. 첫째, 우울증은 자살과 관련성이 높다. 자살자의 90% 이상이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우울증을 방치하면 사회적 건강지표인 자살률은 고공행진을 계속할 것이다.

둘째, 우울증은 우리 국민들의 행복수준을 떨어뜨린다. 무기력과 절망감에 빠져 의욕과 흥미를 상실한 우울증 환자들의 삶은 행복과 거리가 멀다. 우울증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사회가 불행한 사회로 이행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다.

셋째, 우울증은 사회통합의 붕괴를 암시하는 신호다. 사회통합이 약한 사회에서는 우울증 환자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적대적으로 대해 증세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넷째, 우울증은 경제발전의 장애요인이다. 결근, 무기력, 집중력 부족 등을 초래해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영국, 독일,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우울증으로 인한 잦은 결근과 퇴직이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우울증 확산 증후군’을 감안할 때 우울증 문제를 의학의 영역에만 내맡길 수는 없다. 생물학적, 심리적 요인 못지않게 사회환경적 요인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빈곤, 실업, 과로, 갈등, 경쟁 스트레스 등 우울증을 유발하는 요인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우울증 환자는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우울증은 개인의 차원을 떠나 이미 사회문제가 됐다. 환자 자신의 노력만으로 우울증을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가족, 친지, 이웃의 따뜻한 관심과 지원이 환자에게 큰 힘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정부당국은 보다 근원적이고 종합적인 우울증 관리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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