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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함영훈> 남녀 골프, 장수(長壽 )와 단명(短命) 사이
[헤럴드경제=함영훈 라이프스타일부장] 1960년생 줄리잉스터는 올해 54세이다. 요즘도 간간이 공식 LPGA 대회에 나온다. 그는 2006년 46세에도 우승과 준우승을 한 차례씩 할 정도로 자기관리가 철저했다. 1963년 생인 로라데이비스도 43세이던 그 해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준우승했다. 지금도 신예들과 정상 경쟁을 벌이는 캐리 웹은 마흔이지만 올해만 2승을 거둘 정도로 팔팔하다. 프로라면 모두가 본받아야 할 꾸준함이다.

이들이 ‘특출’할 뿐, 대세는 그렇지 않다. LPGA 톱텐 중 4명이 1990년대생이고 주류는 20대이다. 서른이 넘은 선수는 2명 뿐이다. 톱 50으로 가면 10대, 20대의 비중은 더 높아진다. KLPGA의 경우 올해 열린 23개 대회 우승자 중 1980년대생이 단 2명뿐이고 나머지 21개 대회를 1990년대생이 차지했다. 30대 이상은 없다. 특히 10대 선수들은 KLPGA를 무려 8승이나 건진 것도 모자라, LPGA메이저 에비앙을 포함해 세계를 두 번 제패했다. 이들이 잉스터와 웹 처럼 자기관리를 통해 앞으로 10년, 20년 이상, 연륜과 경험을 보태 건승하기를 바란다. 조금만 열심히 하면 장수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세계여자골프가 ‘20대 초중반 전성기’라는 특성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19일 50세인 스페인 남자 골퍼 미겔 히메네스가 스페인오픈에서 우승하며 유러피안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웠다. PGA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은 1965년 샘 스니드(작고)가 세운 53세이다.

30일 현재, PGA 랭킹 톱텐 중 세계랭킹 4위 짐퓨릭은 44세이고, 6명은 30대 중후반이다. 20대 3명은 25~27세이다. 11위 필 미켈슨은 짐퓨릭과 동갑이다. 50위권 중 28위 스티븐스트리커는 67년생, 올해 마흔일곱이다. 41위 통차이자이디와 지난주 50위였다가 한 계단 내려온 어니엘스는 69년생 동갑으로 50줄을 바라본다. 19위 타이거우즈와 24위 제이미 도널드슨은 75년생이고, 5위 헨릭스탠손, 15위 잭 존슨, 38위 라이언 파머 43위 이언 폴터는 76년생으로, 내일모레 마흔이다. 1990년 이후 태어난 선수는 단 4명(8%)에 불과하다.

PGA 8승을 기록한 최경주는 41세에도 우승했고, 양용은은 37세에 PGA 2승을 했다. 28세 배상문과 스물세살 노승열은 올해 나란히 1승씩을 기록하는 등 통산 3승을 합작했다. PGA 톱50의 평균연령은 30대 후반이다. 여자골프 전성기가 10대후반~20대중반인데 비해 남자골프는 전성기를 특정하기 어렵고 10대 후반~40대 중후반 누구든, 언제든, 우승할 수 있다고 일반화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PGA 1승은 LPGA 5승(1X5가설)’이라는 말에 대해 몇몇은 선듯 동의하기 어려울지 몰라도, 산술적으로, 쟁쟁한 선수층 면에서 남자가 여자의 5배에 육박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도 변치않는 세계적 추세를 보면 남자대회 상금이 많은데, 종합경쟁률에만 빗대봐도 이해 못할 흐름은 아니다.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도 단명하지 말고 꾸준하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은 이 메시지의 배후에 두 가지 안타까움이 존재한다. 하나는 한국 남자골프의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 들어 서른살 넘은 한국남자골퍼들의 선전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자와 후자는 인과관계이다.

국내 여자대회는 28개인데, 남자대회는 30일 시작된 헤럴드 KYJ 투어챔피언십과 마지막대회인 신한동해오픈을 포함해 14개에 불과하다. 남들은 30대 후반이 대세인데, 우리의 30대는 3번만 우승하고 나머지 모두 20대에 넘겨주고 말았다. ‘1X5가설’에 동의 한다면, 13번 세계를 제패한 남자골프의 성적은 결코 무시될 수 없다. 공기를 가르는 샷의 호쾌함과 쇼트게임의 섬세함 등 남자골프의 매력은 골프의 전형이다. 까닭 모를 홀대에 미래를 고민하던 한국의 3040 남자골퍼의 기가 꺾인 느낌이다. 설명하기 구차한 서글픔 속에서도, 꿋꿋이 일어서려고 노력하고 있는 한국 남자골퍼들을 보듬고 지원하는 일은 골프인구 600만을 이룩한 이 마당에, 리우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지금, 정정당당한 사회공헌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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