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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복되는 전세대란 탈출구가 없다…갈수록 더 악화
[헤럴드경제=김영화 기자]서민들의 숨통을 조이는 전세난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전세난은 수급 불균형과 1%대 저금리 기조로 빚어진 구조적인 것이어서 내년엔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정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렇다할 탈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아 우려는 커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4일 현재 서울 가구당 평균 전셋값은 3억3104만원, 수도권은 2억3798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평균 매매가의 각 62.6%와 65.3% 수준으로 전세 세입자들의 부담은 갈수록 늘어가는 실정이다. 전국 가구당 평균 전셋값도 1억8996만원으로 평균 매매가의 67.3%에 달한다.

최근 전셋값 고공행진은 수요는 넘쳐나는데 공급이 턱없이 모자란 탓이다.

특히 한국은행의 잇단 금리 인하로 은행 예ㆍ적금 금리가 싸지면서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늘고 있는 것. 반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싼 금리로 대출을 받아 전세를 사는 게 더 유리해 전세를 선호하고 있다.

최성헌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전세의 주 공급원인 입주물량은 아직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꺾이면서 집 구입을 미루고 전세로 눌러앉으려는 이들이 많고, 저금리도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세난에 서민들의 한숨이 늘어만 가고 있다.

이러다보니 심지어 입주 예정 내지 재계약 시점이 도래한 입주 2ㆍ4년차 대단지 아파트도 전셋값이 내리기는 커녕 고공행진하는 이상 징후가 생겨나고 있다.

전세수요는 몰리는데 재계약 등으로 신규 매물은 줄고,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늘면서 단기간에 전세 매물이 소진되는 추세다.

내달 입주하는 파주 운정신도시 와동동 ‘운정신도시 롯데캐슬’의 경우 융자 없는 84㎡짜리 전세가 2억5000만원을 호가해 주변 시세 대비 5000만원 정도 높게 형성돼 있다.

인근 D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월세는 많아서 금액 조정이 가능하지만 전세는 대기 수요가 많고 융자 없는 물건이 귀해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전했다.

이달 입주 2년차를 맞은 서대문구 북가좌동 ‘DMC래미안 e편한세상’도 84㎡ 전셋값이 4억∼4억2000만원 선으로 인근 입주 9년차인 남가좌동 삼성래미안2차의 같은 평형보다 4000만원 이상 비싸다. 최근 한두달새 전세 재계약 물건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84㎡기준 1000만원 정도 떨어졌던 전셋값이 다시 올라갈 조짐이라는 게 인근 부동산중개 업계의 설명이다. 이달 입주한지 4년이 된 마포구 상암동 ‘상암월드컵파크4단지’의 경우 전용 84㎡ 전세금이 최고 4억5000만원 수준으로 한달전에 비해 1000만∼2000만원정도 올라 있다.

더욱이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은 서울시의 경우 올해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전국적으로 6.2% 감소할 것으로 보여 전세 시장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올해의 두 배 이상으로 예상되는 내년 강남 재건축 이주 규모도 전세시장에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최 연구원은 “강남 전세 수요가 급증하면 서울시 전체는 물론 경기도 일대에까지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며 “위례, 내곡 보금자리지구 등의 입주물량이 이를 얼마나 소화해낼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그나마 대안이라는 임대아파트 당첨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공급됐거나 공급 예정인 임대아파트는 공공임대 4만8083가구, 민간임대 1만2156가구로 전체 주택의 각 14.0%와 3.5%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올해 서울시가 공급한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은 842가구로, 지난해 보다 86%나 줄어 역대 최저치였다.

임대아파트 시장은 추가로 개발할 택지지구가 부족한데다 브랜드 이미지 손상을 우려한 대형 건설사의 민간 임대사업 참여 저조 등으로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게다가 행복주택, 준공공임대주택, 희망임대주택리츠 등 박근혜표 임대주택 사업은 지지부진해 사실상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정부는 이번주중 전월세 대책을 발표할 예정인데 단기간에 전세 공급을 늘리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시장 안정화에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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