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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박영상> 프로야구 감독이란 자리
며칠 전 신문과 방송은 이만수 SK 감독의 이임식이 치러졌다는 기사를 큼직하게 다루었다.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자의반타의반으로 떠나는 야구감독의 이임식은 우리 풍토에서 분명 생경하고 특이한 일이다. 뉴스 가치를 매기는 기준 중 이상성(unusualness)을 대입하면 고개가 끄덕여 진다. 지금까지 떠나는 감독들은 시쳇말로 ‘핫바지 속 방귀 빠지듯’ 슬그머니 사라졌기 때문이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지만 프로야구 감독의 이임식이 치러진 것은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영입을 할 때는 기자회견을 주선해서 포부를 만천하에 공개하지만 ‘떠날 때는 말없이, 말없이 가는’ 과거의 모습과 대비하면 이번 일은 신선하다. 시작도 끝도 매끄럽게 매듭을 지어야 하는 것이 우리 삶의 방식임을 생각하면 이번 이임식은 작지만 뚜렷하게 보인다.

프로야구 감독은 대한민국에서 딱 10명에게만 주어지는 귀한 자리이다. 귀하기도 하지만 연봉도 몇 억 원에 달하고 시즌 중에는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화려한 자리가 프로야구 감독이다. 뿐만 아니라 모든 야구선수가 한번쯤은 꿈을 꾸어 봄직한 높은 위치이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면 계약기간에 관계없이 가혹한 평가를 받는다. 좋은 성적표를 받은 감독은 오래 머물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중도 탈락을 하게 된다. 이번에 바뀐 감독들은 형식이야 어떻든 부진한 성적에 책임을 지고 임기 전에 팀을 떠났다.

야구 감독을 다른 종목과 달리 매니저라고 부른다. 팀을 총괄하여 운영한다는 뜻이 배어 있다. 경기 수도 많고 시즌도 길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팀을 운영한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매 경기마다 감독은 출전 선수를 정하고 필요에 따라 작전을 지시하고 경기 중 발생하는 사고에 팀을 대표하여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 따위를 도맡는다. 이런 정도의 일은 야구 전문가라면 쉽게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야구감독은 매니저보다는 보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팀의 풍토, 색깔, 특징을 만들고 이를 모든 선수가 따르도록 전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감독에게 요구되는 제일 큰 덕목은 선수단 전체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하고 권위를 지녀야 한다. 또 흩어져 있는 선수 개개인의 자질을 하나의 힘으로 모을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 뿐만 아니라 매 게임마다 이길 수 있는 작전과 임기응변의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지장, 용장, 덕장이 지녀야 할 모든 역량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힘든 자리라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된다.

최근 바뀐 감독들은 모두가 출중한 선수 출신이고 야구에 대한 식견도 대단한 사람들들 임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들이 금년에 이루어 낸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이를 구단은 중도탈락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잘못만 부각되고 고민으로 가득 찬 자리’였던 감독이 떠나는 모습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감독직이 돋보이고 존경과 권위를 가질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이런 의미에서 이만수 감독의 이임식은 참신해 보였다.

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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