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문제가 있다. 그러자면 세 가지 요건이 반드시 성립돼야 한다. 급박하고 부당한 침해가 ‘현재’이고, 자기 또는 타인의 권리를 방위하기 위한 것이고, 부득이한 것이어야 한다. 이를 둘러싸고 법적 다툼은 늘 치열하다. 정당방위와 과잉방어가 상식과 법 사이에서 혼란스런 까닭이다.
이란에서는 성폭행하려는 남성을 칼로 찔러 숨지게 한 여성이 사형을 당한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국제사회의 구명운동에도 불구하고 이틀 전 칼을 구입해 소지했다는 이유로 ‘계획적 범죄’라며 극형을 내린 것이다. “바람이 데려가게 울지마세요”라는 유언으로 심금을 울린 그녀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더 심한 곳은 아프가니스탄이다. 이 곳 여성들은 부당한 폭력에 항의조차 할 수 없다. 폭력을 피해 달아나려 해도 ‘남성’을 동반해야 집 밖을 나갈 수 있는 해괴한 처지다. 정당방위 여지가 아예 없다.
우리 사회도 정당방위 논란에 휩싸였다. 공분을 산 ‘뇌사 도둑과 빨래건조대 사건’이 그 것이다. 집에 든 도둑을 잡은 스무 살 아들은 철창에 갇혔다. 검찰은 흉기 없이 도주하려는 도둑을 진압한 뒤 빨래건조대(흉기)로 과도하게 폭행했다며 기소했고, 1심법원은 뚝딱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도둑세상’, ‘외계인 법’이라는 국민의 법 감정과 너무 동떨어진 판결 아닌가.
황해창 선임기자/hchw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