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쉼표> 정당방위
‘몸에 튀긴 불꽃은 털어 버려야 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누구도 부당한 침해를 감수할 의무는 없다. 바로 이런 취지를 규정한 것이 형법 제21조의 정당방위(正當防衛)이다. 정당방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 즉 급박부당(急迫不當)한 침해에 대한 부득이한 가해행위(加害行爲)를 말한다. 이런 경우 상대를 사망케 해도 상처를 입혀도 죄를 물을 수 없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그러자면 세 가지 요건이 반드시 성립돼야 한다. 급박하고 부당한 침해가 ‘현재’이고, 자기 또는 타인의 권리를 방위하기 위한 것이고, 부득이한 것이어야 한다. 이를 둘러싸고 법적 다툼은 늘 치열하다. 정당방위와 과잉방어가 상식과 법 사이에서 혼란스런 까닭이다.

이란에서는 성폭행하려는 남성을 칼로 찔러 숨지게 한 여성이 사형을 당한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국제사회의 구명운동에도 불구하고 이틀 전 칼을 구입해 소지했다는 이유로 ‘계획적 범죄’라며 극형을 내린 것이다. “바람이 데려가게 울지마세요”라는 유언으로 심금을 울린 그녀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더 심한 곳은 아프가니스탄이다. 이 곳 여성들은 부당한 폭력에 항의조차 할 수 없다. 폭력을 피해 달아나려 해도 ‘남성’을 동반해야 집 밖을 나갈 수 있는 해괴한 처지다. 정당방위 여지가 아예 없다.


우리 사회도 정당방위 논란에 휩싸였다. 공분을 산 ‘뇌사 도둑과 빨래건조대 사건’이 그 것이다. 집에 든 도둑을 잡은 스무 살 아들은 철창에 갇혔다. 검찰은 흉기 없이 도주하려는 도둑을 진압한 뒤 빨래건조대(흉기)로 과도하게 폭행했다며 기소했고, 1심법원은 뚝딱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도둑세상’, ‘외계인 법’이라는 국민의 법 감정과 너무 동떨어진 판결 아닌가. 

황해창 선임기자/hchwa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