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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기자의 세상읽기> 나이팅게일의 환생을 보며
플로렌스 나이팅게일(1820-1910)은 영국의 부유한 가정의 딸로 부모가 이탈리아 여행 중 피렌체에서 출생했습니다. 평생을 간호사로 보낸 그녀는 영국은 물론 독일에서 간호사 교육을 받았습니다. 의료시설에 대한 견문을 넓히려 유럽, 이집트 등지를 견학했고 정규 간호교육을 이수한 뒤 런던 여성병원 간호부장이 됐습니다.

재직 중이던 1854년 ‘크림전쟁’과 흑사병인 페스트의 참상을 접하고 34명의 종군 간호사들을 직접 인솔해 이스탄불 전선으로 가 야전병원장으로 맹활약합니다. 이때 병상의 병사들은 나이팅게일을 ‘백의의 천사’라고 부릅니다.

흔히 나이팅게일하면 ‘백의의 천사’로 통하지만 ‘광명의 천사’, ‘등불을 든 천사’라는 별칭도 있습니다. 그녀의 일생일대 최대 업적이라면 간호사로서 간호·의료제도 개혁자, 군의료제도 수립 및 개혁의 선구자로도 통합니다.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의 생전 모습.

전장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나이팅게일이 귀국하자 빅토리아 여왕은 그녀를 왕실로 부릅니다. 그 자리에서 나이팅게일은 군병원의 개혁안을 진언해 뜻을 이룹니다. 그리고 사방각지에서 보내온 성금을 모아 간호원 양성을 위한 학교 ‘나이팅게일홈(Nightingale Home)을 창설해 우수 간호사를 양성합니다.

그녀의 저서 ‘병원에 관한 노트’, ‘간호노트’는 오늘날 간호법이나 간호사 양성의 초석이 됐고, 그녀의 명성을 딴 ‘나이팅게일 선서’는 시대를 초월한 간호사의 좌우명이 됐습니다. 국제적십자사는 ‘나이팅게일상(賞)’을 제정, 매년 세계 우수 간호사를 선발해 표창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나이팅게일의 환생인가요. 아프리카에서 에볼라에 맞서다 바이러스에 감염돼 목숨이 위태로웠지만 완치되자 말자 다시 ‘죽음의 땅’으로 되돌아간 한 영국인 간호사의 사연이 가슴 뭉클합니다. 화제의 주인공은 29세의 남자 간호사 윌리엄 풀리.

초보 간호사인 풀리는 올해 초 시에라리온으로 6개월 의료봉사활동을 떠납니다. 에이즈나 말기 암환자들을 돌보다 귀국할 무렵 인근 지역에서 에볼라가 발생하자 귀국 대신 현장을 택합니다. 8명의 간호사가 감염돼 잇따라 숨지자 공포에 질린 의료진이 속속 철수합니다. 그러나 풀리는 현장을 지킵니다. 보잘 것 없는 자신의 도움을 애타게 찾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 하나로 신바람이 났던 겁니다.

두려움의 반대말은 ‘사랑’이라고 했던가요. 남아있는 이들과 풀 리가 고군분투하는 사이 ‘국경없는 의사회(MSF)’와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원인력이 합류합니다. 하지만 풀리가 고열에 오한으로 주저앉고 맙니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겁니다. 런던으로 긴급 후송돼 미국산 치료제 ‘Z맵’을 투여 받자 열흘 만에 기적처럼 다시 일어납니다. 그에게 완치판정이 주어졌지만 그는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며 에볼라 전선을 고집합니다. 

떠나며 그가 남긴 “죽어가는 이들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짧은 한마디에서 나이팅게일의 숭고한 희생과 사랑의 DNA가 살아 꿈틀댑니다. 

나이팅게일의 환생이라 할 만한 영국의 남자 간호사 윌리엄 풀리.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감염환자는 9200여명, 사망자는 4500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좀체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합니다.

우리도 예외일 순 없습니다. 정부가 때마침 에볼라 대응 보건인력 파견을 결정했습니다.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아셈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한 약속을 지키겠다는 겁니다. 11월 초에 선발대 6,7명을 현지에 보내 사전 점검을 한 뒤 본대를 파견해 2, 3개월 체류시키겠다는 계획입니다.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을 우선 파견국으로 정하고 파견단이 귀국할 때는 21일 동안 현지 또는 제3국에 격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놓고 찬반이 일고 있습니다. 물론 그럴만한 사안이긴 합니다. 파견 인력의 에볼라 감염 가능성이 논란의 초점입니다. 찬성 쪽은 인도적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는 것이고 반대쪽은 현실적으로 감염될 위험성이 높은데다 전문성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찬성 쪽입니다. 반대하는 이들의 입장을 모르진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집안 단속도 못하면서 남의 일에 뛰어든다고 타박만할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사전교육도 안전대책도 무엇하나 소홀할 수 없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

힘들고 어렵고 슬플 때 돕는 것이 진정한 도움입니다. 과거 우리도 그랬습니다. 유엔의 원조를 받아 이제는 원조를 베풀 정도로 성장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 아닙니까. 오늘(22일) 아침 동아일보가 조사해 게재한 기사를 보면 서울지역 의사 50명 중 4명 정도가 “참여 의향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 정도가 어딥니까.

뿌듯합니다. 이런 국가차원의 결단에 기꺼이 동참하는 이들에게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는 당연합니다. 인류 사랑을 위해 구원의 천사가 되려는 ‘한국의 풀리’분들께 큰 박수를 보냅니다. 파이팅!!!!!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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