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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응규 변호사의 법률세상] 우리나라의 고소?고발 사건처리가 지연되는 이유

우리나라에서 고소 고발사건은 일본과 비교하여 50배나 많다. 일본의 인구가 우리나라의 2.5배인 것을 감안하면 인구 대비 더욱 많은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 고소, 고발이 많은 이유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민사적인 해결보다 강제수단이 있는 형사고소의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분쟁을 사적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제3자인 관공서에서 결론을 내려주기를 바라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건 가운데에는 정말로 억울하여 반드시 법적인 도움을 받아야 하는 범죄피해자들이 많이 있는데도 속 시원히 구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필자의 의뢰인 중에도 학생들 해외연수와 관련되어 금전적 피해를 입어 중간 브로커 업체 관계자 A, B를 상대로 사기죄로 고소한 P씨가 고소한지 7개월 이상이 지난 현재까지도, 사건이 경찰서 3곳을 옮겨지면서 지연되고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건처리 지연과 수사기관의 전문성 부족에 대한 불평 많아
대개 고소 사건은 사기, 횡령, 배임 등 재산범죄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민사의 형사화’는 우리나라가 현대적 사법절차를 도입한 역사가 아직 짧은 데에서 기인한다. 가해자가 재산을 빼돌리거나 자취를 감춰 부득이 형사고소에 의존하는 경우라면 어쩔 수 없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권리구제가 중요하지 민사와 형사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문제는 고소, 고발이 많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고소 고발 사건과 관련한 당사자들의 불평은 사건처리 지연과 수사기관의 전문성 부족 등 부실수사 때문이다.

고소 고발사건의 처리기간은 경찰에서 검찰을 거치면서 짧게는 5-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사건처리가 지연되면 사건 당사자는 고통 속에서 오랜 기간을 보내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출국금지까지 되어 인권침해 문제까지 심각해진다.

사건의 지연처리는 헌법상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
결과적으로 사건의 지연처리는 헌법상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사건을 올바르게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컨대 가해자가 재산이나 증거자료를 모두 빼돌린 뒤 뒤늦게 조사하는 것은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

필자와 같은 변호인의 입장에서는 계속적으로 자료를 내고 신속한 수사의 필요성을 주장하게 된다. 하지만, 사건의 지연처리는 수사기관의 시스템의 문제로도 보인다. 검찰에서 형사부를 보강하는 등 개선한다고는 하나, 그다지 개선점이 느껴지지 않으며 오히려 검사 1인당 미제수가 과거에 비해 몇 배 더 많아진 게 현실이다.

아울러 위 P씨의 경우처럼 고의적인 지연작전, 이른바 ‘핑퐁이송’에 의해 사건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처럼 경찰서간의 관할문제로 사건을 떠넘기는 것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관할 떠넘기기와 같은 지연작전으로 처벌을 피하기도 해
최근 ‘김해여고생 피살사건’에서도 경찰에서 관할을 떠넘기고 늦장을 부리다 사건을 막지 못하였다는 비난을 받았다. 고소사건의 경우 서울 안에서도 여러 곳으로 이송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경찰서별로 관할이 많이 쪼개져 있어 피고소인이 다른 경찰서 관할지역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이송 요청을 하면 거의 다 이송을 해주기 때문이다.  

사건이 이송되어 재배당하는 과정에서 한두 달이 지난다. 더욱이 피고소인이 여러 명이고 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사건일수록 돌아가면서 고의적으로 이송 요청을 하고 소재를 감추는 방법으로 지연작전을 펼치는 경우가 많고, 그런 식으로 상당부분 처벌을 피하는데 성공하기도 한다. 

이에 검찰은 서울 지역 관내에 서로 이송을 자제하도록 하는 등 이송자제 지침을 내리기도 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경찰 입장에서도 일정한 광역권 내에서는 서로 이송을 못하게 하는 것을 제도화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말귀를 못 알아듣거나 핵심을 잘못 짚고 엉뚱한 질문만 하기도 해
게다가 의뢰인들 중에는 수사기관의 전문성이 부족하다거나 부실수사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조사관이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든지, 핵심을 잘못 짚고 엉뚱한 질문만 한다고 필자에게 와서 호소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고소사건 수사에 대한 경력이 얼마 안 된 수사관의 비율이 높은 경찰수사에 많지만, 검찰의 경우에도 그와 같은 경우가 상당수 있다. 그렇다보니 변호인의 입장에서는 고소 사건의 경우 사건 파악을 정확히 해서 적절히 서면이나 구두로 의견을 제출하고, 필요한 증거자료를 적소에서 확보하여 잘 분석하는 등 수사기관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특정 분야에 대해 문외한인 수사관에게 서면이나 구두로 설명을 잘 하고 설득을 해야 할 필요도 있다. 본래 형사소송법상 범죄에 대한 입증책임은 수사기관에게 있으나, 고소사건의 경우는 관행처럼 사건 당사자에게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증거를 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건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따라서 필자의 의뢰인 K씨의 경우, 사업을 하다 22억 원 상당의 어음을 부도내어 거래처 여러 곳으로부터 사기죄로 고소당하였는데, 변호인으로서 필자가 ‘K씨가 어음발행이후 부도일까지도 평상시 수준의 어음을 발행하여 정상결제를 해왔고, 외국 거래처와도 수주계약을 진행’하고 있던 자료들을 꼼꼼하게 제출하여 고의부도가 아님이 입증되어 무혐의처분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최근 경찰에서는 고소사건 전담 변호사를 뽑아 연말부터 투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고 검사의 수를 300명가량 증원한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며 기대해볼만하다.

사건 당사자들은 수사기관의 조사과정에 대해 신뢰를 갖게 된다면 설령 결과가 불리하게 나온다고 해도 어느 정도 승복을 하게 된다. 그러나 당사자들로 하여금 절차상의 불편을 계속적으로 감수하도록 한다면 수사기관에 대하여 불필요한 의심을 하게 되고 결과에도 승복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도움말: 법무법인 민 용응규 변호사>

온라인뉴스팀/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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