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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한상완>원ㆍ엔 환율 하락에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


원/엔 환율 하락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100엔당 최소 1000원은 돼야 한다는 마지노선은 이미 무너졌고 지금은 950원대까지 내려왔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에 의하면 내년에는 900원도 깨질 전망이다.

우리 수출산업은 대부분 일본산업과 국제시장에서 경합한다. 전자, 자동차를 위시해 중공업, 기계 등 거의 전 분야가 해당된다. 그러다보니 우리 수출경쟁력은 원/달러 환율보다 원/엔 환율에 더 영향을 받는다. 품질에 별 차이가 없다면 가격이 저렴한 물건을 선택할 것이다. 원/엔 환율이 높았을 때 외국인 바이어들이 우리 제품을 선택한 논리다. 반대로 비슷한 가격이면 품질이 더 좋은 물건을 선택할 것이다. 지금 일본 제품이 잘 팔리는 이유다. 하늘을 찌르던 우리 제품의 인기가 땅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음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일각에서는 ‘언제까지 가격 우위에만 의존해서 수출을 할거냐’며 비판을 한다. “가격보다는 품질로 승부를 해야 세계 1등 기업이 되고 고부가가치를 벌어들이는 것 아니냐. 그러니 제발 환율 타령 좀 그만하고 품질을 높일 방법이나 구상하라”는 주장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품질 경쟁력은 당연히 높여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세계 1등 기업은 꿈꿀 수도 없다. 하지만 아무리 품질이 좋은 제품이라도 너무 비싸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품질이라는 것에도 한계 효용이 있어 너무 좋은 것까지는 필요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200미터 방수기능을 탑재한 손목시계다. 일반인이 200미터 물 아래로 내려갈 일이 없는데 200미터 방수기능을 탑재했다고 생활 방수 시계보다 두 배 더 비싼 값에 팔면 팔리겠는가.

소비자로부터 외면받는 기간이 길어지면 결국 품질 경쟁력의 훼손을 초래한다. 돈을 못버니 연구ㆍ개발(R&D) 투자비를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품질 경쟁력에서 뒤처지게 되고 다시 매출이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다.

특히 IT와 같은 기술 집약적 산업은 한번 경쟁에서 뒤처지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떨어지는 사례가 허다하다. 한동안 우리나라로 몰려오던 기계부문 바이어들은 일본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고, 중공업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돼버린 최악의 상황에 빠져 앞날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태다.

원-100엔 환율이 2013년 평균 1123.8원에서 1000원으로 하락하면 우리 수출은 2013년 대비 7.5%, 950원으로 하락하면 감소 압력은 9.1%에 달한다. ‘원-100엔 환율 950’을 기준으로 산업별 수출 감소 압력은 석유화학 12.6%, 철강 12.7%, 기계 8.2%, IT 7.4%, 자동차 5.8%, 가전 2.6%에 이른다. 이들 산업은 실제로 지금 수출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거나 수익성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원-엔 환율 하락에 대한 대응은 1차적으로는 기업의 몫이다. 제품의 기술력 제고, 브랜드 가치 향상, 마케팅력 강화 등 비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가격 변화에 비탄력적인 선도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정부도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소매 걷어붙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원화의 상대적 강세 기조 완화에 나서야 한다. 글로벌 환율 전쟁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지금 일본처럼 무제한적 양적완화 정책에 적극 뛰어들지는 못하더라도 다양한 환율 안정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기업이 환율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확보해줘야 한다. 미세 조정이나 투기자금의 유출입 모니터링 등 시장 개입을 통해 과도한 쏠림현상을 막아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구조적인 내수 디플레이션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수출마저 추락하면 내외수 복합 불황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수출을 살리지 못하면 내수는 더욱 더 빈사상태에 빠지게 된다. 우리 정책 당국자들은 내수 육성을 위해서라도 수출을 살려야 한다는 점을 주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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