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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김석동> 아나톨리아 반도의 기마군단 역사이야기
흥망 교차했던 아나톨리아 반도
한국과 특별한 정서·역사적 유대
신채호도 한집안·동족으로 간주
한민족 역사흐름 이해로 이어지길


터키영토는 78만㎢(우리나라의 약 8배)로 3%가 유럽, 97%가 아시아에 위치하고 있다. 아시아에 위치한 부분이 흑해·에게해·지중해로 둘러싸인 아나톨리아 반도다. 아나톨리아는 ‘해 뜨는 곳’이라는 헬라어로, 소아시아(Asia Minor)라고도 불렸다.

BC 2000년경부터 앙카라 부근에서 ‘히타이트’ 문명이 시작됐고, 이는 후에 철기문화를 탄생시켰다. BC 8세기경부터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가 흥망을 거듭했고, 만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하는 ‘마이더스’ 왕의 나라 ‘프리기아’가 번영한 것도 이때다. BC 6세기경에는 페르시아가 반도 대부분을 지배했으나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를 멸망시킨 후, 헬레니즘의 중심지가 됐다. 이후 동로마시대에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제국의 수도를 비잔티움으로 옮겨 콘스탄티노플이라 불렀고 기독교 세계의 중심이 됐다.

한편, 몽골고원에서 등장해 6~8세기 초원을 지배했던 아시아 기마군단 ‘돌궐’의 멸망 후 투르크(돌궐)족은 서진을 계속했다. 이들은 960년경 ‘셀주크’ 장군의 지휘로 실크로드를 따라 부하라·사마르칸트 등지로 이주했고, 손자 ‘토그릴’이 1037년 셀주크투르크를 건국했다. 셀주크투르크는 이란, 바그다드 등을 점령하고 이어 1071년 만지케르트 전투에서 5만명의 투르크군이 20만명의 비잔틴제국 군대를 격파해 아나톨리아를 차지했다. 이 승리가 오늘날 터키가 이 반도에 정착하는 계기가 됐다. 셀주크투르크의 일족은 1176년 비잔틴제국을 격파하고 콘야를 수도로 룸셀주크를 건국하고 아나톨리아를 완전 지배하는 등 전성기를 누렸으나 1243년 몽골제국에 멸망했다. 셀주크제국 멸망 후 투르크족의 족장 오스만 1세가 부족을 통일해 1299년 오스만공국을 건국하면서 600년 오스만제국 시대가 막을 열었다. 오스만제국은 1402년 몽골후예인 정복자 ‘티무르’에게 앙카라전투에서 참패해 침체기를 겪기도 했으나 재기해 마침내 1453년 동로마제국을 멸망시키고 콘스탄티노플도 이스탄불로 이름을 바꿨다. 16세기에 술레이만 1세는 아나톨리아는 물론 발칸반도, 흑해연안, 헝가리, 이집트와 지중해를 장악해 대제국을 완성했다. 그러나 1571년 유럽 신성동맹군과의 레판토해전에서 패배해 지중해의 주도권을 상실한 후 제2차 빈 포위 실패로 헝가리, 오스트리아를 빼앗겼다. 당시 빈을 포위했다가 철수하면서 남기고 온 터키군 군수품 커피가 비엔나커피의 유래라 한다. 19세기말에는 이집트, 아랍지역, 제1차 세계대전 패전 후에는 발칸반도, 아프리카를 모두 잃어 터키는 현재의 이스탄불과 아나톨리아 지역만 남았다.

유라시아 대초원지역은 만주에서 터키·헝가리까지 8000㎞에 달하는 광활한 지역이다. 이 드넓은 평원에서 기마군단이 2500년간 활약해왔다. 이런 공간과 시간을 배경으로 한 이 지역의 역사는 매우 역동적인 만큼 특정지역만의 역사가 아닌 ‘삶의 흐름’이라는 눈으로 전체를 봐야 기마유목민과 그 국가의 역사를 보다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다.

터키에서는 자기들은 몽골고원에서 기원한 투르크인으로 그들 선조가 건설한 최초 국가는 흉노이며, 유라시아의 대제국 돌궐은 투르크라는 이름으로 건국한 최초 국가라고 배우고 믿고 있다. 그래서 돌궐 건국연도 552년은 곧바로 터키의 건국 연도다. 돌궐은 이후 서진하면서 셀주크투르크, 오스만제국 등을 차례로 건국했고, 그들이 오늘날 터키의 모체라고 터키 교과서는 가르치고 있다.

터키는 한국에 대해 특별한 정서적·역사적 인식을 갖고 있다. 우리를 서슴없이 ‘칸카르데시’(피를 나눈 형제)라 부른다. 이에 맞춰 한국인의 터키 사랑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터키를 방문한 한국인은 지난해 18만7000명, 금년 들어서는 월 2만명이 넘는다. 터키에 대한 이러한 관심이 과거 유라시아 기마민족사, 나아가 한민족 역사의 흐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조선상고사’에서 “조선과 흉노는 3000년 전에는 한집안”, “여진·선비·몽고·흉노 등은 본래 아(我)의 동족”이라 했다. 흉노와 이에서 유래한 돌궐, 그리고 이를 이어받은 터키와 우리의 관계를 다시 생각케 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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