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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윤재섭> 서민증세, 부자감세 논란을 종식하려면
엎친데 덮친격이다. 개점 휴업중인 국회에서 증세논란이 뜨겁다. 비판수준을 넘어 비난전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담뱃세,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안을 골자로 한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놓고 ‘서민증세’, ‘부자감세’라며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야당은 재벌과 대기업, 부자에겐 온갖세금을 감면하면서 애꿎은 서민과 자영업자의 쌈짓돈으로 세수 부족을 메우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는 이명박정부 이후 박근혜정부까지 과표 2억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를 25%에서 5%포인트 인하했고, 부동산 부자들에 대한 종부세 인하로 1조5000억원을 감세했다는 사실을 열거했다. 이에 골이 난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은 “새정치연합은 왜곡 전문 정당”이라고 비난했다. “서민증세가 아니라는데 서민증세라고 하고, 부자감세를 한 적이 없는데 부자감세를 했다고 이명박정부 5년 내내 그랬다”고 과거행적을 들췄다.

고래싸움에 등터질 위기에 몰린 정부도 해명에 나섰다. “담뱃값 인상은 국민 건강을 위한 것이고 지방세 개편은 경제 여건을 감안해 현실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박근혜정부에서는 오히려 저소득층과 중소기업 위주의 감세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MB 정부 이후 부자감세를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지난해 소득세 최고세율을 35%에서 38%로 3%포인트 올렸고,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도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춰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ㆍ야ㆍ정의 주장 모두에 수긍할 대목이 없는 게 아니다. 다만, 싸움에 익숙한 정치적 수사가 거슬린다. 사실 야당의 공세는 서민증세 프레임으로 여론전을 벌여 세월호법에 발이 묶여 민생을 외면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국회 정상화이후 관련 법안 논의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아보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모전이고, 헐뜯기다. 결과론에 가깝지만, 정부와 여당도 논란을 자초했다는 잘못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세금을 올리면서도 ‘증세’라 말하는 것을 금기시 하니, 설득이 통할리 없다. 담뱃값을 대폭 올리기 위해 사치품에 붙이는 개별소비세까지 신설하면서 ‘국민건장 증진을 위한 것’이라고만 강조하고 있으니 서민들이 고개를 끄떡일리 없다.

주민세는 또 어떤가. 정부는 물가가 두 배, 소득이 네 배나 오른 지난 22년간 단 한 번도 인상하지 않았기에 이번에 정상화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소득의 많고적음에 대한 고려없이 부자든, 빈자든 동일한 세금을 부과하는 정액분 지방세 인상에 서민들이 달가워할리 만무다. 그동안 정액분 지방세 현실화에 손을 놓고 있다가 왜 하필 여러 세목이 한꺼번에 인상되는 이 시기에 현실화하기로 했는지 의문이다.

반복되는 부자감세 논란을 피하려면 이 기회에 고소득자와 부유층에 대한 증세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한국은 최상위계층에 대한 한계소득세율이 계속 하락해왔다. 방한 중인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는 17세기 이후 300년동안 자본소익률이 경제성장률을 항상 앞질렀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소수에 집중된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강화가 소득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는 이론을 내놔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소득불균형이 사회문제로 급부상중인 한국사회에서 경청해볼만한 대목이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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