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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시장이 달라졌다> 취업난에 ‘시험박사’ 수두룩…대기업 ‘脫스펙’ 승부수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극심한 취업난에 시험만 잘 보는 ‘시험박사’들이 수두룩합니다. 이미 기출문제가 워낙 많이 퍼져서 학생들이 정답을 외우고 옵니다.”

A 대기업의 채용 담당자는 “인적성 검사에서 고득점한 학생들을 면접장에서 만나면 ‘허당’인 경우가 빈번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단 한번 채용하면 수십년간 함께 일해야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이런 ‘시험박사’들을 걸러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채용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취업난에 학점과 토익, 자격증, 대외활동 등 일명 ‘4대 스펙’으로 무장한 취업준비생들이 늘어나면서 더 이상 스펙만으로는 인재를 골라낼 수 없게 됐다. 인성과 잠재적 업무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도입된 인적성 검사도 학원가 기출문제가 범람하자 당초 취지가 흐릿해졌다.

최근 채용 시장에 부는 ‘탈(脫)스펙’ 바람은 핵심 인재를 뽑기 위한 기업들의 고육지책이다. 수만명의 응시자들을 쉽고 빠르게 걸러낼 수 있는 ‘스펙’을 과감히 포기하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심층면접, 에세이를 강화했다. 또 앞으로 CEO를 비롯한 중책에 오를 인재를 미리 선점하기 위해 한국사 등 인문학적 소양도 평가 대상으로 올렸다.

올 하반기부터 이력서에 어학성적, 자격증, 수상경력, 어학연수 등 기재란을 아예 없앤 LG그룹은 자기소개서를 중심으로 서류전형을 치른다. 지원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유일한 창구로 자기소개서를 십분 활용해야하는 상황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직무와 불필요한 스펙란을 채우기 위해 휴학을 하고 수천만원의 돈을 들여 어학연수를 떠나는 이들이 많다. 취업준비생들의 불필요한 노력을 줄이기 위해 채용방식을 개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올 하반기 공채에서 자사 인적성검사인 SSAT의 역사문항을 확대했다. 이공계 인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전공지식에 인문학적 소양까지 갖춘 통섭형 인재를 뽑으려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앞으로 CEO로 성장해야할 인재들이 인문, 경영 등에 대한 소양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SK와 GS그룹도 인적성시험 중 역사 문항을 크게 늘려가는 추세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는 역사에세이를 도입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대졸 공채에서 ‘고려, 조선시대 인물 중 가장 존경하는 사람과 그의 업적을 설명하고 이유를 쓰시오’와 ‘세계의 역사적 사건 중 가장 아쉬웠던 결정과 자신이라면 어떻게 바꿀지 기술하라’는 주제 가운데 하나를 택해 1000자 내외로 쓰도록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역사에세이를 검토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응시자들의 인문학적 소양과 통찰력을 평가하기 위해 도입했다”고 전했다.

한화그룹은 인적성시험을 아예 폐지하고, 2~3차례 심층면접을 통해 합격자를 선발한다. 인적성시험 준비를 위한 사회적비용을 줄이고, 바른 인성과 직무 역량을 평가하려는 취지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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