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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시장이 달라졌다>‘뼛속까지 공대생’ 보단 인문ㆍ감성 더한 ‘통섭 인재’
[헤럴드경제=박수진ㆍ서상범 기자] “저희는 서류 전형에서 자기소개서를 모두 다 읽습니다. 그런데 구직자들은 그 사실을 믿지 않아요.서류전형에서 떨어질 경우 직무나 조직 적합도가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구직자는 본인의 영어점수, 학점이 낮아서라고 생각하더라고요.” (A기업 인사팀 관계자)

수요 대비 공급이 늘 부족한 것이 취업 시장이다. 그만큼 합격도 녹록치 않다. 하지만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취업의 기회를 놓치는 일도 적지 않다. 최근 기업들이 획일화된 채용 전형을 탈피해 ‘열린 채용’을 늘리고 영어, 학점 대신 역사 에세이, 인문학 테스트, 직무 면접 등을 강화하는 것도 점수에서 드러나지 않는 구직자의 가치관과 조직적합도를 살피기 위해서다. 채용 전형 변화의 흐름에 따라 각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 요구하는 진짜 스펙을 찾아내는 것이 취업의 관문을 뚫는 첫 걸음인 셈이다.

▶“기술과 감성의 ‘케미(chemi)’를 원한다”=올 하반기 채용의 대표 키워드는 ‘통섭’이다. 주요 기업들이 지원조건 자체를 이공계 출신으로 제한하는 등 이공계 선호 현상은 올 해도 지속되고 있지만 말 그대로 ‘뼛속까지 공대생’은 지양한다는 것이 기업의 공통된 목소리다.

삼성은 인문-자연 통섭 인재를 위한 전형을 강화하고 있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이공계를 뽑기 위해서다. 이공계 인력 비중이 현저히 높은 포스코도 올 해 상반기부터 역사에세이 전형을 도입해 유기적 사고능력과 인문학적 소양 평가를 강화했다. 현대차그룹도 인적성검사에 지난 해에 이어 올 해도 역사에세이를 도입했다. 업계 최초로 한국사 시험을 도입했던 GS는 역사관 평가를 전 계열사로 확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과거 자동차 회사는 단순한 부품의 결합, 기계적인 요소만 중시했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가 삶의 전반에 들어오면서 감성과 문화적 요소가 강조되고 있다”라며 “‘문화를 위해 만드는 차’, 이것이 현대차의 가치관이다. 자동차라는 제품을 인문학적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인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GS관계자는 “역사 인식을 살피는 것은 지원자의 방향성을 살피는 절차다. 대한민국의 근간을 알고 이를 바탕으로 어떤 방향성을 갖는지 여부가 토익 점수 보다 중요하다고 보고있다”고 말했다.

▶“숫자에 갇혀있지 마라”= 하반기 채용의 또 다른 특징은 전형에서 숫자가 대거 사라진 것이다. 학점, 토익점수 등 수치화된 스펙 대신 지원자의 개성과 창의력을 보겠다는 의지다. LG그룹은 하반기 채용부터 입사지원서에 어학성적, 자격증, 수상경력, 어학연수, 인턴ㆍ봉사활동은 물론 사진, 가족관계 등의 입력란을 없앴다.

LG 측은 “스펙 관련 입력란을 삭제하는 대신 직무에 꼭 필요한 능력, 잠재된 능력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 자기소개서에 해당 내용을 상세하게 쓸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숫자가 사라진 대신 지원자의 직무 역량은 강화되는 모양새다. 포스코는 올 해 면접 전형에서 전공지식 서술 평가와 더불어 희망직무에 대한 상황연설을 신설했다. 사무계의 경우 희망 직무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셈이다.

인성과 개성을 평가하는 비중도 늘어났다. 우리은행은 어학성적과 금융 자격증란을 없애는 대신 가치관과 삶의 경험을 에세이로 작성하도록 했다. 직업윤리를 묻는 문항도 추가됐다. KT는 ‘달인채용’ ‘스타오디션’등을 통해 입사지원서에서는 볼 수 없는 자신의 개성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KT 관계자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IT기술과 통신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재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며 “지원 분야에 대한 경험, 열정, 적성을 보유하고 있다면 스펙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일률적인 스펙보다는 능력 중심의 채용으로 실무형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박2일 합숙면접을 실시하는 SK텔레콤은 “역량면접, 그룹면접, PT면접 등을 통해 지원자의 재능 뿐만 아니라 인성과 진정성을 살펴볼 수 있다. 지원자 본인도 몰랐던 자신만의 재능을 발현시켜주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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