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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금융사보다 감독기관을 더 못 믿는다는 소비자들
금융은 ‘신뢰’를 먹고사는 업종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금융산업 신뢰도는 바닥 수준이다. 대표적인 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는데도 은행들의 대출금리는 되레 올라가는 기이한 현상이다. 이같은 ‘배짱영업’은 굳이 대출금리를 내리지 않아도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문전성시를 이루기 때문이다. 서민 가계의 빚 부담을 덜어주고자 시행한 통화당국의 정책이 은행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된 셈이다.

금융산업에 대한 불신감은 지표로도 확인된다. 금융연구원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3일 발표한 ‘KIF 금융신뢰도 지수’에 따르면 전반적 신뢰도가 89.5로 나타났다. 지수가 100이면 중립, 이보다 낮으면 부정적, 높으면 긍정적 답변이 더 많은 것임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특히 9개 조사항목 중 100을 넘어 긍정적 평가가 나온 항목은 단 한 개도 없었다. 금융회사 보다 감독기관을 더 불신한다는 조사결과도 아프게 새겨야할 대목이다. 지난해 동양그룹 기업어음 피해 사태, 연초의 금융사 고객정보 무더기 유출, 그리고 최근 KB금융 내분에서 감독당국이 보여준 무능한 행보가 직접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금융의 후진성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금융시장 성숙도는 80위로 말라위(79위)·우간다(81위)와 비슷한 수준이다. 대출의 이용가능성 120위, 벤처자본의 이용가능성 107위 등 주요 금융 분야도 100위권 밖이다. 세계 15위 경제대국이라지만 금융에 관한한 웬만한 아프리카 국가보다도 못하다. 예대마진과 수수료에 의존한 우물안 개구리식의 단순 영업만 지속해온 결과다.

금융산업의 후진성과 동전의 양면 처람 맞닿아있는 게 정부의 관치금융과 금융 당국의 과도한 규제다. 지금처럼 KB금융 수장 자리를 전리품으로 하사하는 방식으로는 경쟁력 확보가 요원하다. 당국이 금융 상품에 시시콜콜 개입하는 규제행정으로는 신금융 부문을 선도할 수 없다. 중국 알리바바의 온라인 금융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와 같은 창조금융을 국내서는 시도조차 못하는 현실이 잘 말해준다. 때마침 이날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의 보신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검사ㆍ제재업무 혁신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금융 사고가 터지면 없었던 일이 되고 다시 규제가 강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국민 불신만 가중될 뿐이다. 다소의 부작용을 감내하더라도 자율과 경쟁의 힘을 배양시키는 쪽으로 지속적 혁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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