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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박영선 소동’ 야당 체질개선 출발점 삼아야
‘탈당 불사’라는 벼랑 끝 대치전을 벌였던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7일 “내게 돌을 던지라”는 사과문을 발표하며 당무에 복귀했다. 박 대표의 말처럼 그는 국민이 던지는 ‘질책의 돌’을 감수해야할 실책을 여러번 저질렀다. 두 차례의 세월호특별법 합의를 하면서 기본적인 당내 의견 수렴조차 거치지 않고, 세월호 유족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 ‘혁신과 확장’을 명분으로 한 외부 비대위원장 영입 과정에서도 소통은 실종됐다. 그러다보니 세월호특별법 합의안이 연거푸 의원총회에서 거부되고,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이 무산됐다. 박 대표의 리더십 빈곤이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래놓고도 제1야당의 대표가 당내 분란을 이유로 탈탕 의사까지 내비치며 당을 아노미 상태에 빠뜨렸으니 경솔하기 짝이 없다.

‘박영선 소동’을 통해 계파 이익만 번득이는 제1야당의 민낯도 드러났다. 친노파, 486그룹, 구민주계 등 각 세력의 파벌싸움과 차기 대권 경쟁이 당의 정체성을 혼미하게 하고 여당과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중심 없는 리더십’ 못지 않게 ‘팔로십(구성원으로서의 자세) 붕괴’가 문제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당내 강경파들이 투표해서 뽑은 원내대표를 걸핏하면 그만두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당 보다 계파 이해를 중시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조경태 의원이 “다시 헤쳐모여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정계개편론을 주장하는 것도 계파주의가 도를 넘어선 상황임을 말해준다.

박 대표는 복귀사에서 “수권정당으로 당을 혁신하려던 시도가 한계에 부딪혀 탈당까지 고민했지만 마지막이란 각오로 당무에 복귀했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의 현주소에 대해 정곡을 찌른 말이다. 야당이 지금처럼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인다면 향후 10년내 집권은 언감생심이라는 말이 나오는 판이다. ‘지지율 10%대 추락’이라는 경고에도 야당엔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이 계파 논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당 개혁에 실패하면 파국은 피할 수 없다. 사사건건 강경 대 온건, 친노 대 비노로 갈려 집안싸움을 해서는 미래가 없다. 박 원내대표의 당무 복귀를 제1야당 대표 탈당이라는 최악의 파국을 막기 위한 미봉책이 아니라 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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