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더 얼어붙은 정국, 더 유연해져야 할 朴대통령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국회의사 일정을 확정했다. 세월호특별법 대치로 길어지는 파행 정국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여당 단독으로라도 국회를 가동하겠다는 것이 정 의장이 판단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국회는 야당이 불참하더라도 26일 본회의를 열어 본회의에 상정된 91건의 법안부터 처리하게 된다.

원래 의사 일정은 여야 합의로 결정하는 게 통상적인 관례다. 국회의장이 직권을 행사해 강제로 본회의를 여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고 파행이다. 하지만 지금은 비상 상황으로 정상적인 절차를 고려할 계제가 아니다. 9월 정기국회는 물론이고, 벌써 다섯달이 넘도록 국회는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그 바람에 나라 전체가 질식할 지경이고, 국민들의 분노는 폭발직전이다. 더욱이 제1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자중지란에 빠져 국회운영의 한 축을 담당할 형편이 못된다. 여당 단독 국회라도 열어 우선 숨통을 트고 볼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국회의장과 여권의 강수가 정국을 더 경색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새정치연합이 세월호특별법이 통과되기 전에는 어떤 법안을 처리해선 안된다는 연계 방침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아무리 여야가 합의를 해 본회의에 상정한 법안이라도 이를 단독 처리하면 이후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당장 새정치연합은 “야당이 어려운 시기에 독단적이고 일방적으로 국회를 운영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작심 발언’ 역시 유감스럽게도 꼬인 정국을 더 얼어붙게 만드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하나 하나 뜯어보면 박 대통령의 말은 모두 맞다. 박 대통령의 언급처럼 세월호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것은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며 대통령이 결단할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발언의 절차와 형식도 중요하다. 이런 입장을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을 상대로 불쑥 던지는 식으로는 국민들의 마음을 절대 움직일 수 없다. 오히려 야당과 유가족들의 반발만 더 불러 일으킬 뿐이다.

정국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 세월호 유가족 모두 한 걸음 물러나 양보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특히 박 대통령의 탄력적이고 유연한 자세가 요구된다. 유가족들의 손을 직접 잡아주고, 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의 공정한 진상조사를 약속하는 데 인색할 이유는 없다. 차가운 이성 못지않게 따뜻한 감성도 필요하다. 이게 적절한 조화를 이뤄야 국정 운영도 원활해진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