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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재계의 ‘이순신’들 활약상 대단하네
-하성용 KAI 사장, 김원갑 현대하이스코 부회장, 최길선 현대重 회장
-‘백의종군’후 복귀해 위기 속 구원투수 역할 ‘톡톡’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올 여름 대한민국은 이른바 ‘이순신 열풍’으로 뜨거웠습니다. 영화 ‘명량’이 흥행을 하면서 학계, 문화계는 물론 경제계에서도 ‘이순신 리더십’을 배우자는 여론이 크게 일었습니다. 백의종군한 이순신 장군이 원균의 칠천량 패전으로 다시 3군 수군통제사로 복귀해 위기에 빠진 조선을 구한 역사는 지속된 경기 침체로 ‘위기 경영’, ‘비상 경영’에 나서고 있는 기업들에게 큰 힘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계에도 ‘이순신’의 모습을 한 CEO들이 왕왕 있습니다. 각자의 이유로 사임했다가 구원투수로 복귀해 위기에 빠진 기업을 살리는 역할을 한 CEO들이 그런 경우입니다.

대표적인 인물은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KAI)사장입니다. 하 사장은 역대 KAI사장 중 유일한 내부 출신입니다. 1977년 대우그룹으로 입사해 1999년 대우중공업, 삼성항공산업, 현대우주항공이 통합해 출범한 KAI에 대우 쪽 대표로 왔습니다. 당시 KAI의 재무 상황은 많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하 사장은 “은행문이 닳도록 다니며 빌었다”고 말할 정도로 회사 재무 개선을 위해 뛰었다고 합니다.경영지원본부장,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역임하며 KAI가 성공적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내는 핵심역할을 했습니다. 2010년 부사장까지 올랐지만 이후 고문으로 물러나게 됐고 2011년 3월, 30여년을 몸 담았던 회사를 떠나야 했습니다. 그는 2년 여가 지난 2013년 5월 KAI사장으로 다시 복귀했습니다. 하 사장 복귀 후 KAI는 지난 해 역대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넘어섰습니다. FA-50, T-50 등의 해외 수출 소식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계 시장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항공산업체로 보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하성용 KAI 사장, 김원갑 현대하이스코 부회장,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또다른 ‘재계의 이순신’은 김원갑 현대하이스코 부회장입니다. 김 부회장은 1978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현대자동차 전무이사, 현대위아 부사장 등을 지냈습니다. 2002년 1월 현대하이스코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부사장과 사장을 거쳐 2005년 3월 부회장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2010년 12월 상임고문으로 물러나며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퇴진했습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이른바 ‘세대교체’인사의 일환으로 사임하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그는 이듬해 4월 다시 부회장으로 복귀합니다. 비등기이사 신분이었지만 이후 현재까지 10여년 동안 신성재 대표이사를 보좌하며 경영총괄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던 냉연사업을 현대제철에 넘기면서 회사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많았는데, 이 위기를 잘 버티는데 김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고 합니다. 재무통인 김 부회장은 회사의 수익 안정화에 힘썼고 그 결과 하이스코는 올 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2조1305억원, 영업이익은 117.9% 급증한 190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외에도 현재 위기가 진행 중 기업에도 구원투수가 영입된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최근 현대중공업 조선ㆍ해양ㆍ플랜트부문 총괄 회장으로 영입된 최길선 전 현대중공업 사장이 대표적입니다. 지난 2분기 1조원대 손실을 기록한 현대중공업은 위기 타개를 위하 최 회장에게 5년 만에 SOS를 보냈습니다. 최 회장은 1972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생산기획담당 이사, 전무이사 등을 거렸고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중공업의 CEO까지 역임한 엔지니어 출신 현장 전문가로 알려져있습니다. 최 회장은 현대중공업의 실적 개선은 물론 최근 임단협을 놓고 20년 만에 노조의 파업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역할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2008년 박왕자씨 피살사건으로 6년 째 금강산 관광 사업이 중단되며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아산도 4년 만에 조건식 사장을 대표이사로 재영입했습니다. 조 사장은 제14대 통일부 차관 출신으로, 2008년 8월부터 2010년 3월까지 현대아산 대표이사를 맡았습니다. 조 사장은 금강산 관관사업이 중단됐던 당시 사장으로 일하며 사업 재개를 위해 노력을 다했지만 결국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남북 관련분야에 풍부한 경험과 위기 경영을 타개할 적임자로 조 사장을 재영입했습니다.

기업들이 처한 상황이 녹록치 않은 요즘, 구원투수로 다시 영입된 재계의 이순신들이 앞으로 어떤 ‘승전보’를 들려줄지 기대가 모아집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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