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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ㆍ설계 능력 모두 갖춘 종합플랜트사 탄생…업계 판도 변화 예상

-삼성중공업, 지난 해 말 삼성엔지니어링 오프쇼어사업본부 인력 흡수
-나이지리아 에지나FPSO 프로젝트 협업하며 일찌감치 업무 협력 강화
-해양플랜트 제작ㆍ설계 능력 모두 갖춘 전문 업체 탄생 예고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은 지난 해 말부터 예견돼왔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해 1조원 넘는 손실을 기록하면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플랜트 시장 수익 악화와 저가 수주의 여파로 손실이 불어나는 상황이었다.

신성장 동력 추진에도 제동이 걸렸다. 2012년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해양플랜트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해양플랜트 모듈 제작 전문업체인 성진지오텍 지분을 인수 하고, 글로벌 엔지니어링 업체 출신 고위 인력을 영입했다. 지난 해 초에는 오프쇼어사업부를 ‘사업본부’로 격상시키며 사업 확대에 나섰지만 시장 진입 장벽은 높았고 실적 악화를 더하는 애물단지가 됐다.

당시 구원투수로 나섰던 것이 삼성중공업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해 11월 오프쇼어사업본부 인력 100여명을 삼성중공업에 파견 형태로 위탁했다. 삼성중공업은 2009년부터 4년여에 걸쳐 수주한 나이지리아 에지나 부유식원유생산저장및하역설비(FPSO), 이른바 ‘에지나FPSO’ 프로젝트에 엔지니어링 인력을 투입했다. 이 때부터 사실상 두 회사의 해양플랜트 부문 업무상 합병이 이뤄진 셈이다. <본지 2013년12월9일자 14면 참조>

하지만 양측은 합병에 대해 늘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지난 4월 합병설로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 쇄신을 위해 현건호 경영지원팀 상무를 내세워 전직원을 대상으로 한 경영설명회를 열고 합병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도 엔지니어링 오프쇼어사업본부 인력 흡수 당시 ‘양사의 시너지 강화를 위한 조치 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3도크 전경. <사진=삼성중공업>

우여 곡절 끝에 삼성중공업과 엔지니어링이 합병을 결정하면서 글로벌 플랜트 업계 판도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해양플랜트는 삼성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조선 빅3가 주도하고 있지만 설계는 사이펨, 테크닙 등 해외 전문 엔지니어링 업체의 몫이었다. 설계 비용이 전체 비용의 10%가까이 되기 때문에 수익성 강화를 위해서는 설계 능력 확보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제작’능력과, 엔지니어링의 ‘설계 및 관리’ 능력이 결합하게 되면서 기존 해양플랜트 업계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종합플랜트업체가 탄생하게 된다. 삼성중공업은 삼성엔지니어링의 강점 분야인 설계를 비롯해 구매, 프로젝트 관리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해양플랜트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삼성엔지니어링은 본격적으로 해양플랜트 사업 다각화가 가능해진 셈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테크닙, 사이펨 등 글로벌 엔지니어링 업체는 설계면에서 우수한 역량을 갖췄지만 제작은 조선사에 하청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작 능력을 바탕으로 엔지니어링 분야까지 확대하는 것은 이제껏 없었던 새로운 시도”라고 말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해양플랜트의 탑 사이드 설계가 취약해 조선 빅3가 잦은 설계변경과 그에 따른 비용 리스크를 안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엔지니어링 역량을 지닌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은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삼성중공업은 1974년 창립했으며 1995년 세계 최대 규모인 3도크를 완공하며 대형 조선사의 면모를 갖췄다. 2000년대 들어서는 메가블록공법이라는 신공법을 도입해 건조능력을 크게 확대하며 세계적 조선소로 발돋움했다. 2010년 이후에는 대형 해양플랜트 시장에 진출하며 ‘해양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왔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978년 삼성그룹이 코리아 엔지니어링을 인수하며 사업을 시작한 이래 화공플랜트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으며, 2010년 이후에는 발전 분야 등으로 진출하며 사업 확장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sjp10@hera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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