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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사의 골프백 - 김원길 ㈜안토니 대표> “170야드 9번 우드샷이 장기…동반자 여럿 울렸죠”
- 아들 위해 프로골프대회 신설…김원길 ㈜안토니 대표
첫 승 거둔 아들 위해 만든 바이네르 오픈…벌써 내년 스폰서 문의 쇄도
“ ‘덤비면 실패 비우면 성공’ 골프는 사업과 참 닮아…늘 준비된 자세는 기본”


아들을 위해 프로골프대회를 만들어 화제가 된 김원길 ㈜안토니 대표는 요즘 축하인사를 받느라 바쁘다. 그가 올해 신설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바이네르-파인리즈오픈이 근래 보기드문 흥행과 명승부 속에 지난 24일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프로 데뷔 4년 만에 첫 승을 거둔 아들(김우현·23)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총상금 5억원의 대회를 만든 그는 이도 모자라 출전 선수 156명 전원에게 자사에서 만든 명품 컴포트슈즈 바이네르 구두를 선물했다. 선수들은 최종라운드 마지막 순간까지 명승부를 펼치며 이에 화답했고 ‘꽃미남 골퍼’ 박상현이 4년10개월 만에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김원길 대표는 남자 대회 사상 처음으로 그 자리에서 우승상금 1억원을 5만원짜리 지폐로 안긴 뒤 추가로 500켤레 구두 지원까지 약속해 또 한 번 훈훈한 화제를 낳았다. 그는 “벌써부터 내년 대회에 스폰서로 참여하고 싶다는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 이미 참여했던 스폰서는 후원금을 3배로 늘리겠다고 한다. 골프대회 주최사 중 우리 회사 규모가 가장 작지만, 좋은 선수들이 있으면 얼마든지 훌륭한 대회로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줘 뿌듯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김원길 대표가 올해 남자 골프를 신바람나게 한 ‘히든 챔피언’이란 말도 괜한 게 아니었다. 

 
“골프는 정말 끝이 없어요.‘만점’이라는 게 없는 스포츠잖아요. 그게 매력이에요.” 구력 25년의 김원길(주)안토니 대표는 여름엔 수상 스포츠, 겨울엔 스노보드로 몸 관리를 하면서 오랫동안 골프를 즐기고 싶다고 했다. [사진=KPGA 민수용 제공]

▶“골프는 이런 거야”와 “좋은 손님이네요”=충남 당진 출신의 그는 중학교만 졸업하고 열일곱살 때 무작정 상경했다. 영등포역 근처 작은 구둣방에서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30년 뒤 국내 컴포트슈즈 업계 1위 회사를 키워낸다. 무모한 도전같았던 사업의 출발처럼 골프 역시 그랬다. “케리부룩 대리로 있을 때였으니까 스물여덟살이었죠. 거래처 사람들이 만났다 하면 골프 얘기를 하니까 도대체 골프가 뭔지 너무 궁금한 거에요. 미국 스팔딩 풀세트를 사놓고 집 근처 효창골프연습장에 등록했죠. 당시 케리부룩 사장도 골프 안칠 때였으니 말도 안되는 상황이죠.(웃음) 석 달 뒤 양지CC에서 데뷔전을 치렀는데, 셀 수도 없었어요. 한 150개 쳤을라나.” 좀처럼 늘지 않던 그의 골프실력을 업그레이드시킨 건 역시 승부욕이었다. 어느해 겨울, 연습장 지인과 기흥CC에서 내기골프를 했는데 118타를 쳐서 무려 30만원 넘게 잃었다. 당시 그의 월급은 50만원 남짓. 이게 끝이 아니었다. 지인은 그린피와 캐디피, 밥값까지 똑같이 내야 한다며 남은 돈까지 탈탈 털어간 뒤 망연자실한 그에게 “골프는 이런 거야”라며 씩 웃었다. 겨우내 연습에 매진, 이듬해 봄 도전장을 냈지만 상대가 갑자기 골프를 그만두는 바람에 복수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덕분에 그는 ‘백돌이’에서 안정된 80대 타수에 진입했다.

1990년대 말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CC에서의 경험도 약이 됐다. ‘LA 고수’로 불리는 한 교민과 라운드를 했는데 마지막 2홀을 남기고 2타를 앞서고 있었다. ‘실력 별거 아니네’ 생각할 무렵 17번홀서 그만 더블보기를 했다. 파를 기록한 동반자와 동타. 워터해저드 2개를 건너야 하는 마지막홀(파4·405야드)에서 무려 10타를 치면서 그대로 무너졌다. 동반자는 “좋은 손님이네요. LA에 오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했다. “장갑은 벗어봐야 안다는 말을 그때 절감했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너무 약올라 잠을 한숨도 못잤어요. 6개월동안 또 갈고 닦아 멋지게 갚아줬죠.” 그의 베스트 스코어는 69타. 최근엔 “나이와 어깨부상 때문에” 핸디캡 7을 놓고 친다고 한다.


▶“덤비면 실패, 마음 비우면 성공…골프와 사업은 참 닮았어요.”=그의 장기는 숏게임이다. “그린 주변 샷이 대체로 좋다”고 했다. 가장 아끼는 ‘물건’은 10년도 더 된 맥그리거 맥텍 9번 우드(24도)다. 버디를 가장 많이 하게 해준 클럽이란다. “160~170야드 남겼을 때 가장 기분좋다. 9번 우드로 백스핀 줘서 날리면 그린에 올라가 딱 선다. 이걸로 여러 사람 울렸다. 몇 년 전 다른 사람에게 줬었는데 이만한 채가 없어서 다시 뺏어왔다.(웃음) 롱·미들 아이언은 좀 약하지만 9번 우드가 잘 되고 숏 아이언이 좋으니 골프가 별로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아들 김우현과는 1년에 5차례 이상 함께 라운드를 한다. “이번 대회서 아들래미가 잘 못해(공동 27위) 기운이 좀 빠졌다”고 웃었지만 올시즌 2승을 거두며 누구보다 아버지를 힘나게 한 든든한 아들이다. 김 대표는 “우현이가 핸디 6개를 잡아주는데 이젠 상대가 안된다. 몇 달 전 제주에서 마지막으로 쳤는데 이 녀석이 버디를 10개나 잡더라”며 껄껄 웃었다. 그는 “골프나 사업이나 똑같다. 열심히 칼 갈아서 이제 뭔가 되겠다, 해볼만 하겠다 하고 뚜껑을 확 열어보지만 내 맘같이 안되는 게 골프고 사업이다. 그런데 마음을 비우고 있으면 골프도 사업도 잘된다. 단, 그 순간을 위해 늘 준비는 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작은 사진은 올해 코리안 투어 2승을 올린 아들 김우현과 김원길 대표. [사진=KPGA 민수용 제공]

김 대표는 기부 활동과 강연을 통해 만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다. ‘확실한 목표를 갖고 살라’는 것이다. “꿈이 있는 삶은 순항하는 인생이지만, 꿈이 없는 삶은 표류하는 인생이다. 그냥 떠다니는 삶을 살면 안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김원길 대표의 목표는 뭘까.

“세계인이 가장 신고 싶어하는 구두를 만드는 게 첫번째 목표에요. 그렇게 번 돈으로 또 좋은 일에 즐겁게 써야죠. 1년에 100억원 정도는 봉사하고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요즘은 1년에 10억원 정도 쓰는데 이걸 100억원까지는 늘리고 싶어요. 그러면서 젊은 후배들 중 멋있는 사업가 10명 길러내는 게 제 꿈입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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