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쉼표> 흑백갈등의 뿌리
보스턴은 미국 독립운동의 성지다. 1773년 보스턴 티파티 사건으로 독립운동의 도화선이 된 곳이며, 영국군과 첫 전투를 벌이면서 대영제국의 식민지 이주민(colonist)이 아니라 미국인(American)이라는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한 곳이다. 보스턴에는 당시의 역사 유적 16곳을 연결한 ‘자유의 길(Freedom Trail)’이 조성돼 있다. 4km에 이르는 이 길을 따라가면 독립운동 현장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자유의 길 중간에 ‘보스턴 학살현장(The Site of Boston Massacre)’이 있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데, 1770년 영국군의 주둔에 항희하던 학생과 시민이 희생된 곳이다. 하지만 당시 영국군의 발포로 인한 사망자는 5명, 부상자가 6명이다. 그럼에도 ‘학살’이라는 섬찟한 표현을 쓴 데 놀라고, 그 이면에 도사린 이중성에 놀라는 곳이다. 당시 이들이 학살한 수백만명의 인디언이나 흑인 노예들에 대한 인권 유린을 축소하거나 외면하면서 몇 명이 희생된 곳을 학살 현장이라고 표시한 그 이중성이 섬뜩할 정도다.

그것은 현재진행형이다. 흑인 청년이 백인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 데 대한 항의시위로 비상사태까지 발생한 퍼거슨시 사태는 흑인에 대한 뿌리 깊은 이중성이 낳은 비극이다. 이는 대외정책에도 반영된다. 평화와 인권을 외치면서 이라크 전쟁에서 희생된 주민이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취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이 이중성을 버리지 않는 한 사회통합은 물론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우리 자신은 이러한 이중성의 잣대를 갖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이해준 선임기자/hj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