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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리빙-하우징] ‘에너지 비용 0원’ 꿈의 설계가 시작됐다
기술력 · 안전성 · 쾌적함 완벽한 조화…2012년 준공 국내 패시브하우스 ‘원년멤버’ 파주시 문발동 가보니
25cm 외부 단열재 · 4.5cm ‘3중 로이 유리’
열차단 효과 탁월…소음까지 막아줘
자동환기 장치로 실내 공기도 쾌적
‘태양광’ 덕 한달 전기료 2000원 미만
설계 정착땐 발전 가능성 무궁무진


파주는 평범치 않은 도시다. 도시 곳곳에서 다채로운 건축의 향기가 묻어난다. 파주출판도시에서는 독특한 콘셉트의 개성 넘치는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인근 헤이리마을에서는 자유분방함이 느껴지는 실험적인 건물들이 눈길을 끈다. 프로방스 마을에 들르면, 아기자기한 파스텔풍의 건물들이 마치 어느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마저 들게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파주에선, 아파트의 익숙함에서 해방시켜주는 색다른 건물도 만날 수 있다. 파주시 문발동 577-7번지에 자리잡은 아담한 단독주택이 대표적인 예다. 일명 ‘파주 패시브하우스’로 통하는 이 하얀색 집을 직접 방문해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비스듬하게 설계된 지붕에는 태양열을 모으는 집광판이 설치돼 있다.

▶국내 패시브하우스의 ‘원년멤버’=놀랍게도 국내에서 패시브하우스 연구가 시작된 건 최근 일이 아니다. 지난 80년대부터 조금씩 관련 연구가 진행됐고, 시범 주택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인지도는 낮았다. 본격적으로 관련 연구가 진척되고, 시공이 시작된 건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다. 에너지 절감형 주택을 꾸준히 연구해오던 대림산업이 2005년 경기도 용인에 ‘3리터 하우스’를 지었다. 독특한 별칭이 붙은 까닭은, 이 집이 1㎡당 연간 소모되는 에너지가 3L(30kWh)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등 일반주택이 소비하는 에너지의 양은 보통 20L 내외이기에, 사람들은 패시브하우스의 에너지 절감 효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파주 패시브하우스도 그런 관심 속에서 구상되고 설계된 집이다. 모든 과정이 ‘한 가족이 편안하고 쾌적하게 살 수 있는 제대로 된 패시브하우스를 만들자’는 목표 아래에서 진행됐다. ‘패시브하우스’를 구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기술적인 부분이었다.

하지만 패시브하우스든 아니면 일반 주택이든 결국 집이란 ‘사람’이 살기 위한 공간이기에, 기술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안전함과 쾌적함이 되어야 했다. 그 고민의 결과물이 바로 2012년 준공된 파주 패시브하우스다. 그때만 해도, 전국을 통틀어서 주거용 패시브하우스가 10여채에 불과했다. 실 거주용으로 만들어진 패시브하우스의 ‘원년멤버’ 격이다.

3중 로이 유리가 들어간 창문. 단열 효과가 뛰어나고, 문을 닫아두면 외부 소음을 막는 방음 효과도 있다.

▶‘기능’과 ‘아름다움’을 겸비=파주 패시브하우스는 전형적인 서양식으로 지어졌다. 358㎡ 남짓한 대지 위에 지상 2층 규모로 설계됐다. 단일 건물이지만, 활용 목적에 따라서 크게 두 개의 부분으로 나뉜다. 정면에서 바라볼 때 왼쪽 건물에는 침실 등 개인공간이, 오른쪽에는 거실과 주방 등 공용공간이 배치됐다. 건물 앞에는 아담한 마당이 조성됐다.

거실의 큰 창을 통해서 마당의 푸릇한 잔디가 곧장 눈에 들어온다. 건물 뒤편에는 작은 안뜰이 마련돼 있고, 주방과 연결돼 있다. 집 주인만을 위한 실내 차고도 만들어져 있다. 누구나 한번쯤 꿈꿨던 전원주택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파주 패시브하우스는 이처럼 ‘보기에 아름다운’ 집이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낭비되는 에너지를 최대로 줄여서 냉·난방기를 쓰지 않아도 실내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술이 집안 곳곳에 숨어있다. 이 기술의 핵심은 단연 ‘고단열’이다. 단열은 창문으로 들어온 태양열을 비롯해, 사람과 기계로부터 나오는 각종 열기가 다른 곳 으로 흐르지 않고 내부에 머무르도록 하는 것. 이를 위해 채택된 기술이 ‘외단열 시스템’이다. 

꺼운 벽체는 패시브하우스의 특징이다. 외부 단열재(오른쪽)가 25㎝, 내부 구조체(왼쪽)가 20㎝ 정도로 일반 아파트의 2배가 넘는다.

파주 패시브하우스는 건물 외벽 전체를 두터운 외단열재로 둘러싸 단열효과를 극대화했다. 이는 아파트 등 기존 주택이 내부에 단열재를 사용하고, 외벽은 콘크리트나 벽돌로 설계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지점이다. 게다가 외부에 쓰이는 단열재의 두께는 25㎝ 수준으로, 11~12㎝에 불과한 일반 주택의 단열재보다 2배 이상 두껍다. 그만큼 단열 효과는 뛰어날 수밖에 없다.

내부의 열이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게 하거나 외부의 찬 공기가 새어 들어오는 것을 막는 ‘고기밀’ 역시 패시브하우스의 핵심 특징이다. 이 고기밀은 외부 단열재는 물론, ‘3중 로이 유리’를 통해서도 구현된다. 두께가 45㎜나 되는 유리는 그 자체로 열손실을 줄인다. 특히 기밀 효과가 대단히 뛰어나다. 고무패킹이 네 모서리에 부착된 유리창을 닫아두면 외부 공기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외부의 시끄러운 소음까지 완벽하게 막아준다.

이처럼 패시브하우스는 최고의 단열·기밀 효과를 자랑하지만 ‘환기’에는 이것들이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 있다. 파주 패시브하우스는 이런 문제를 열 교환 환기장치로 극복했다. 주방 옆 다용도실에 설치한 환기장치는 미리 시간만 설정해 두면, 자동으로 장치를 가동해 내·외부 공기를 순환시킨다. 하루종일 창문을 닫아 두어도 집 안에서 쾌쾌한 냄새가 진동하지 않는 이유다. 

다용도실에 설치된 열 교환 환기장치. 미리 설정된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작동돼 내부 공기를 순환시킨다.

▶에너지 비용 ‘0원’을 꿈꾸며=패시브하우스의 장점을 한 마디로 집약하면, ‘에너지를 쓰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점이다. 태양광 시설 덕분이다. 비스듬히 누워진 형태로 설계된 지붕에는 태양광을 모으는 ‘집광판’이 붙어있다. 지붕이 이치럼 독특한 모습을 지니게 된 건, 이 지역의 태양고도와 일조량 등을 고려해서 최대한 햇빛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붕이면서 곧 집광판인 이 태양광 설비는 시간당 전기 3㎾를 생산할 수 있다. 연간 가동할 경우, 생산할 수 있는 전기의 양은 3300~3500㎾쯤 된다. 보통 아파트에서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전기량이 한달에 30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패시브하우스는 평균 전기 사용량은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셈이다. 덕분에 지난겨울 이 집의 월간 전기세는 평균 1000~2000원에 불과했다.

냉·난방비도 일반 아파트에 비해서 덜 들어간다. 단열효과와 기밀효과가 어우러지면서, 데워진 실내 공기가 오래도록 따뜻함을 간직하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에어컨을 한 시간만 켜두면, 냉기가 몇시간이고 유지된다. 겨울철 실내온도를 20도 정도로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난방비는 3.3㎡당 평균 5000원. 이 정도면 전용면적 84㎡ 아파트에서 한 달간 쓰는 난방비보다 10~20% 낮은 수준이다.

보다 발전된 기술을 적용하여 최근에 지어진 패시브하우스는 이보다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크다. 난방장치를 거의 이용하지 않아도, 겨우내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곳도 나오고 있다.

박준규 기자/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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