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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딤돌 대출 확대 본격 시행...조건 까다로워 실효성 ‘글쎄?’
4억미만 단지 낡아 거래 어려워…기존 주택도 3개월 내 처분해야
…원리금 상환 부담마저 만만찮아


“돈 더 빌려준다고 앞뒤 생각 안 하고 집 살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서대문구 홍은동 A부동산 대표)

정부가 기존 무주택자에게만 적용되던 ‘디딤돌 대출’을 11일부터 1주택자까지 확대 시행했다. 1주택자들의 ‘갈아타기 수요’까지 자극하겠다는 목적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살펴본 분위기는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모습이다.

1주택자가 디딤돌 대출을 이용하려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현재 보유한 주택이 85㎡(이하 전용면적) 이하이고 집값이 4억원(매매계약서상 혹은 공시가격)을 넘어선 안 된다. 기존 주택은 3개월 내에 처분해야 한다. 부부합산 연소득도 6000만원 밑이어야 하고 구매하려는 주택의 가격의 가격도 6억원 이하, 85㎡ 이하로 제한된다.

디딤돌 대출이 이용 조건을 충족하는 1주택자들은, 기존 주택을 처분하기 어렵고 대출 상환에 대한 부담이 크다면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노원구의 한아파트 단지.

부동산써브의 자료에 따르면, 85㎡으로만 따졌을 때 서울에서 평균매매가가 4억원이 못 되는 자치구는 모두 9곳이다. 도봉구의 85㎡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가 3억3399만원으로 가장 낮고 금천구(3억3841만원), 중랑구(3억4694만원), 노원구(3억8192만원), 서대문구(3억9272만원) 등도 4억원이 못 된다.

해당 지역의 몇몇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공인중개사들은 “집 한 채를 보유한 일반 서민들을 위한 대책을 내놓은 것은 좋은 일이지만, 실효성은 두고 볼 문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보다 기존 주택을 처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85㎡ 이하면서 4억이 못 되는 단지는 대부분 준공된 지 10년을 넘긴 곳이 많아서 이런 주택을 매수하려는 수요 자체가 적다.

도봉구 창동의 B공인 대표는 “창동역 인근에서 집을 찾는 고객들을 보면, 조금이라도 더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를 선호한다”며 “준공 시기가 상대적으로 오래된 아파트가 거래되려면, 호가를 대폭 낮춰 급매물로 내놓든가 집수리 등을 해야 하는데 집주인들로선 부담스러운 부분이다”고 했다.

실제 서울부동산광장 실거래 통계를 보면, 도봉구 창동에 있는 북한산아이파크(2004년 입주) 84㎡는 7월 초 4억4700만원에 거래됐다. 반면 비슷한 시기 창동 삼성래미안(1992년 입주) 84㎡의 실거래가는 3억2000만원이었다. 준공이 오래된 단지일수록 매매가는 낮지만, 수요자 입장에서 매력도 적은 것이다.

노원구 하계동 M부동산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거래되는 수준보다 1000만~2000만원 싸게 나온 매물은 아무래도 거래가 빨리 되긴 하지만, 한두푼이 아까운 집주인 입장에서 호가를 낮추기 굉장히 고민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추가 대출에 대한 부담도 디딤돌 대출의 실효성을 낮추는 이유다. 디딤돌 대출의 금리(연 2.8%~3.6%)가 보금자리론 금리(연 3.55%~3.80%)보다  낮은 조건이지만, 문제는 원리금 상환에 대한 부담 심리다.

서대문구 홍제동 비전부동산 대표는 “대출이 끼어있는 집을 내놓은 집주인이 자기가 지금 상태에서 담보대출을 더 받을 수 있는지 더러 문의하지만열에 일곱, 여덟은 추가로 돈을 빌리는 걸 꺼려한다”고 전했다.

권일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소박한 집을 구매하려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저리의 디딤돌 대출이 좋은 기회일 수 있다”며 “다만 정부가 내건 조건에 맞추다보면, 이용 가능한 지역이 일부에 제한될 수 있는 문제가 있고 돈을 빌려서 집을 구매해야 하는 이용자들의 거부감도 세심히 고려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규 기자/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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