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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 기자의 화식열전> 관피아와 사모펀드
세월호 참사로 뭇매를 맞은 곳 중 하나가 ‘관피아’다. 퇴직관료의 취업을 강력하게 제한하는 ‘관피아 방지법’도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고위 공직을 수행할 정도의 ‘능력’을 민간부문에서 활용한다는데야 문제 삼을 게 없지만, 공직으로 얻은 인맥과 정보를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는 사회적 합의 때문이다.

수 년간 나라의 금융정책을 좌우했고, 2005년에는 금융권의 돈 거래를 샅샅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지낸 한 관료가 퇴임하자마자 국내 최초의 사모투자펀드를 설립한다. 외국계 투자은행(IB) 대표들이 동업자다. 설립 후 1년도 안돼 재벌 계열 생명보험사를 인수하며 승승장구한다. IB 출신들이 투자대상을 잘 골랐고, 전직관료는 예전부터 ‘잘 알던’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잘 모은 결과다. 하지만, 만약 현재 논의중인 ‘관피아 방지법’이 이 때도 있었다면, 이 사모펀드는 출범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 사모펀드가 최근 한 대기업 계열사 투자에서 실패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대기업 총수가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 기회를 막았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대기업 계열사는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며 맞소송을 했다. 시비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사모펀드가 투자한 회사는 최근 2년간 적자를 내면서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소송결과와 별도로 금융기관 등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투자한 돈 상당부분을 떼일 수 밖에 없게 생겼다.

글로벌 사모펀드들은 보통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 투자대상 발굴능력, 자금유치 능력, 그리고 투자대상 기업의 경영을 개선시킬 경영능력이다. 국내의 경우에도 사모펀드 같은 투자전문회사는 기업에 투자할 때 지분을 10%이상 확보하거나 사실상의 지배력을 확보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1대주주가 아니더라도 사모펀드 관계자들이 대부분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도 결국 경영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소송전을 시작한 사모펀드의 경우 그 동안 관료출신이 대표라서 잘 나간다는 평가와, 관에서 능력있던 인물이 민간에서도 이를 입증한다는 평가가 엇갈렸던 곳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소송전은 국내 최초의 사모펀드가 ‘관피아’에 의지한 채 펀드 운용능력과 경영능력이 부족했던 것인지, 아니면 사모펀드에 대한 기업의 부당한 견제가 있었는 지를 확인할 사례가 될 전망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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