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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인사이트-박상준> 미국 시장의 매력과 장벽
지난 해 봄 무렵 경남에 소재한 중소기업 사장으로부터 흥분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미국 바이어로부터 10년 동안 1억5000만달러 상당의 자동차부품 공급 오더를 받아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그 동안의 지원에 대해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언론 기사 한 토막을 근거로 국내의 공급 가능 업체를 찾아서 바이어와 연결시켜 성사가 되기까지 약 4년이 걸렸다. 이 회사는 현재 공장을 증축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이다.

바로 이런 것이 미국 시장의 매력이다. 계약 체결까지 가기 위한 여정이 무척 길고 힘들지만, 한 번 터지면 대형 오더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적지 않은 한국의 세일즈맨들이 미국 도처를 헤집고 다닌다.

그들 중에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사장들도 있다. 영어가 통하는 직원을 데리고 다니면서 오로지 수출시장 개척에 일로매진하는 모습을 볼 땐 진정한 기업가 정신을 느끼곤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 기업들이 바이어를 찾고 있듯 미국 기업들도 외국에서 제품 공급업체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기업들의 글로벌 소싱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최근에는 자동차ㆍ중장비ㆍ기계류 분야의 조립라인에 들어가는 크고 작은 부품까지 해외에서의 조달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가속화되고 있다. 물론 제품 판매가격을 낮추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조금이라도 싼 부품을 조달하여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함이다. 부품 공급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안정적인 생산체제를 갖추겠다는 목적도 있다.

그러면 이들 기업이 해외에서 부품을 조달하고자 할 때 공급업체에 제시하는 조건은 무엇일까? 품질과 가격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 외에 추가적으로 중요한 조건으로 요구되어지는 것이 현지에서의 신속한 배달이다. 주문하면 1주일 이내에 공급이 가능한지를 많이 따진다. 미국 내 또는 인근의 멕시코에 생산 현장이 있다면 유리하다. 현지에 생산 공장이 없을 경우 미국 내에 물류창고를 확보해 제품을 축적해놨다가 언제든 주문이 들어갈 경우 즉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요구한다.

때로는 제품 또는 설비가 기술적인 문제를 야기했을 때 해결해줄 수 있는 기술인력이 미국 내에 상주하고 있는지도 따진다. 얼마 전 국내 자동차 부품제조업체 세일즈맨들과 함께 일리노이주 소재 미쯔비시자동차 조립공장을 방문해 부품상담회를 가졌다. 이때 한 회사의 작은 부품에 관심을 보인 미쯔비시 조달담당은 신속한 조달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아 더 이상 진전시키지 못한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조립 라인에 들어가는 부품의 물류 비용을 공급자에게 떠넘기는 미국 기업들의 글로벌 소싱 전략을 지켜보면서 우리 중소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을 어렵게 하는 또 하나의 장벽이 올라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위해서는 이같은 수요처의 요구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박상준 코트라 시카고무역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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