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 LPGA 마라톤 클래식 우승…통산 4승 · 최연소 상금 100만弗 돌파
경기 전체 장악하는 안정적인 운영…유소연에 1타차 짜릿한 역전승 장식


“샷이 잘 됐다. 페이웨이에도 잘 올렸고, 핀 가까이에도 잘 붙였다. 보기가 없이 안정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리디아 고(17ㆍ한국명 고보경ㆍ캘러웨이)는 ‘천재 소녀’일 뿐 아니라 ‘애늙은이였다. 이미 그의 경기력은 이변이나 한방 역전에 기대는 치기어린 신예가 아니라 판 전체를 물흐르듯 장악해가는 노련한 프로페셔널이었다.

세계랭킹 2위인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는 21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펜실베이니아의 하이랜드 메도우 골프클럽(파71ㆍ6512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뽑아내 6언더파 65타를 기록했다. 이로써 최종합계 15언더파 269타로 유소연(24ㆍ하나금융그룹)을 한 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21만 달러(약 2억1600만원)다.

아마추어 신분이던 2012년과 2013년 캐나다 여자오픈을 연달아 제패한 리디아 고는 올해 4월 스윙잉스커츠 클래식에서 프로 데뷔 후 첫 LPGA 투어 우승을 차지한 뒤 프로 신분으로는 투어 2승째를 기록했다.

17번 홀까지 유소연과 함께 14언더파로 공동 선두를 달린 리디아 고는 마지막 18번 홀에서 버디를 낚아 짜릿한 한 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게 제 페이스를 유지한 것이 승인이었다.

중반까지는 크리스티 커(미국)와 우승 경쟁을 벌였다. 13언더파로 공동 선두를 달리던 커는 15번 홀(파4)에서 1ｍ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거리의 파 퍼트를 놓치면서 우승권에서 밀려났다.

리디아 고가 16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 커를 2타 차로 따돌렸고 남은 경쟁자는 유소연이었다. 리디아 고의 다음 조에서 경기한 유소연은 16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리디아 고를 추격했고 17번 홀(파5)에서 7ｍ가 넘는 긴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어 극적으로 공동 선두가 됐다. 17번 홀에서는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공이 나무 밑에 놓여 백스윙에 지장을 받을 수 있는 위치였으나 이를 오히려 버디로 연결하며 기세를 올린 것이다.

이번 대회는 17, 18번 홀이 연속해 파5 홀이어서 막판에 승부가 뒤집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큰 편이다. 하지만 리디아 고는 여기서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맞불을 놨다. 18번 홀(파5)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다시 한 타 차로 달아났다. 유소연은 18번 홀에서 2ｍ 정도 거리의 버디 퍼트에 실패, 연장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커는 12언더파 272타로 단독 3위를 차지했고 말레이시아 국적의 켈리 탄이 11언더파를 치며 공동 4위에 올랐다.

이날 우승직후 마련된 인터뷰에서 리디아 고는 우승자로서 흥분과 기쁨을 표출하기보다 냉정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경기를 돌아봤다.

리디아 고는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유소연의 마지막 버디 퍼트가 들어갈 수도 있었기 때문에 연장전에 대해 생각도 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사람들에 가려서 유소연의 마지막 퍼트를 직접 보지는 못했다”며 “갤러리들의 반응을 보면서 결과를 짐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늘 안정적으로 잘 친 것이 좋은 마무리로 이어진 것 같다”며 “이번 주는 (대회 우승을 했기에) 매우 성공적인 한주였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우승한 사실이 기뻐 아직도 떨린다”고도 했다.

그는 “오늘 페어웨이에 공을 잘 올렸고, 핀 가까이에도 잘 붙이는 등 전반적으로 샷이 잘 된 것이 좋은 스코어로 이어졌다”고 승인을 분석하고 “앞선 라운드에서는 보기도 있었는데 오늘 보기 없이 버디를 많이 쳐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1라운드와 3라운드에선 보기 2개, 2라운드에선 1개씩을 기록했다. 특히 3라운드에서 1타 밖에 줄이지 못했으나 4라운드 무서운 뒷심으로 역전승을 일궜다.

리디아 고는 이날 우승으로 LPGA 투어 사상 최연소 상금 100만 달러 돌파 기록도 세웠다. 이날 경기 전까지 상금 85만1019 달러를 기록 중이던 리디아 고는 통산 상금 106만 달러가 됐다. 이 부문 종전 기록은 18세7개월에 상금 100만 달러를 돌파한 렉시 톰프슨(미국)이었다. 리디아 고는 17세 2개월이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