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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릉동 원룸촌, 행복주택 지연에 ‘안도’ 공급과잉에 ‘한숨’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행복주택 짓기로 할까봐 맘 졸이고 있었는데 한시름 놨어”

17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서울과학기술대 인근 원룸촌에서 만난 김일숙(가명) 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서 5년째 원룸 임대업을 하고 있다는 그는 전날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행복주택 추진 지역 명단에서 공릉지구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국토부가 올해 안으로 행복주택 2만6000가구에 대한 사업을 승인하고 공사를 시작한다고 밝히며 공개한 대상 지역에는 애초 행복주택 시범지구였던 공릉지구가 빠졌다.

그렇다고 지구가 해제된 것은 아니다. 다만 추진이 지연되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 5월 정부가 공릉동을 지나는 경춘선 폐선 부지 1만7000㎡에 행복주택을 짓기로 발표한 뒤로 지역 주민들과 관할 노원구청은 거세게 반발했다. 지난 2월 21일엔 주민들로 구성된 행복주택비상대책위원회가 행복주택지구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우려한 몇 가지 사항 중 하나는 행복주택으로 임대 수요가 줄어들어 인근 주택 임대시장에 영향이 있다는 것.

현재 경춘선 폐선 부지를 중심으로 한 공릉동 일대에는 원룸 100여 채 이상이 들어서 있다. 공릉동에는 서울과학기술대, 서울여대, 삼육대 등 종합대학 세 곳이 몰려있어 학생들의 임대 수요가 크다. 입주자의 80% 이상이 주변 대학생들이다. 

공릉 행복주택이 들어설 예정이었던 경춘선 폐선부지 모습. 정부와 주민들 간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이 땅은 임시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었다.

신현미 이레부동산 대표는 “이 일대 원룸의 임대수익률은 7~8% 수준으로 좋은 편이다. 일부 원룸은 10%에 가까운 수익률을 보이기도 한다”며 “공실도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방문한 공릉동 원룸촌에는 2곳의 원룸주택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향후 이곳에서의 임대사업 전망은 어둡다.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예정대로 100가구 규모의 행복주택이 들어설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서울과학기술대에서 재학생들의 주거복지를 위해 2017년까지 900실 규모의 대규모 기숙사를 짓기로 한 것도 악재로 꼽힌다.

이미 지난 3월에는 서울시가 추진한 43실 규모의 공공기숙사가 서울여대 인근에 들어서기도 했다. 임대료는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0만원 수준으로, 일반 원룸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비록 소규모지만 주변 임대사업자들은 민감하게 지켜봤다.

결국 새 대학 기숙사가 들어서고 임대료가 낮은 공공주택이 공급되면 수요는 그쪽으로 몰린다. 일반 원룸주택을 가진 임대사업자들이 ‘과잉공급’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과기대 건너편 동신공인의 이배식 대표는 “원룸은 이제까진 문제 없었지만, 최근 2~3년 새 공급이 급증하면서 이제 갓 공실이 나오는 것 같다”며 “앞으로 2년 뒤엔 20~30% 정도가 빈방으로 남겨질 것이고 자연스레 임대료도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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