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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가연 상놈으로 대한다” 서두원 훈련방식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유명 프로 파이터이자 격투기팀 팀원의 수장인 서두원(33)은 요즘 본인 훈련보다 데뷔전을 앞둔 제자를 훈련시키는 데 더 열심이다. 오는 8월 17일 처음 프로 무대에 오르는 ‘미녀 파이터’ 송가연(20ㆍ여) 말이다. 한창 바쁠 서두원을 붙들고 송가연의 대회 준비 과정과 지도자로서 소감 등을 물어봤다.

▶‘송가연은 체육특기 남자 고교생’=송가연은 연예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면서 군대식 ‘다나까’ 말투를 구사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래도 예쁜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여성스러움이 워낙 강하다. 왠지 큰 눈에서 눈물도 뚝뚝 떨어뜨리고, 지도자의 따끔한 지적 한 마디에도 마음의 상처를 입고 토라질 것 같다. 그러나 그녀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는 서두원이 전하는 송가연은 정반대다. 오히려 ‘운동 밖에 모르는 남자 고교생’ 캐릭터에 가깝다고 한다.

“가연이요? 우리는 가연이를 상놈 대하듯이 하지요.” 서두원은 이런 말로 송가연을 대하는 팀 지도자, 동료들의 방식을 소개했다. 여성이란 이유 때문에 훈련 안팎에서 별스럽게 대하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다는 뜻이다. 일부러 특별대우를 안 한다기보다는 송가연 스스로 별도의 대우를 받을 필요 없이 선머슴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란다. “훈련중에 한번도 울거나 투정을 부린 적이 없다”면서 “데뷔전 중압감이 클 텐데 본인이 스스로 이겨내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한다.

서두원에 따르면 송가연은 요즘 하루 5시간 가량의 강훈련을 소화한다. 엄청난 훈련량이다. 잠 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을 빼면 거의 사생활이 없다. 최근에 부상이 있어 재활훈련을 오전 30분~1시간 정도 따로 한다. 오후에는 선수부 트레이닝을 2시간30분 한 뒤 별도로 야간훈련을 1시간30분 정도 진행한다.

“가연이는 훈련하고 먹고 자고, 훈련하고 먹고 자고 이렇게 무한반복입니다. 오전 훈련을 하면 허기가 지죠. 그럼 먹습니다. 그 뒤 오침을 합니다. 눈을 뜨면 다시 훈련을 합니다. 그리고 다시 밥을 먹고 잠을 잡니다.”

한국 정상권 프로 파이터 서두원(왼쪽)과 그의 제자 송가연. 사적인 자리에서는 친한 오누이처럼 지내지만 훈련 때는 그저 혹독한 스승과 선머슴같은 제자일 뿐이다.

▶“메인이벤터는 과분” “그러나 매운 주먹”=송가연의 데뷔전은 기성대회인 로드FC의 메인이벤트로 마련된다. 남성들이 주류인 격투기에서 여성이, 그것도 타이틀전이나 라이벌전도 아닌 데뷔전을 가장 주요한 경기로 구성한 데 대해 주변의 논란과 비판이이 없지는 않다. 서두원은 “킥복싱경기 아마추어 전적 4전에 종합격투기 수련은 1년했다. 엄밀히 말하면 이제 갓 아마추어 티를 벗은 정도다. 메인이벤터로 나서기는 부담감이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어 ”선수의 화제성이나 인지도 등 복합적인 기준으로 경기 순서를 정한다는 점에서 이 정도면 해볼 만 하지 않냐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면서 기왕 핵심 경기에 나서게 된 만큼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모두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송가연의 자질은 어느 정도일까. 외연적인 이력 등 포장을 떼고 파이터로서 순수한 재능은 어떤지 물어봤다. 서두원은 “펀치는 여자선수들 중에서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무겁다”며 타격 재능을 첫손에 꼽았다. 서두원은 국내 입식격투기 최강으로 꼽히는 함서희, 복서 출신 격투기선수 김지연 등 정상권 여자선수들의 미트도 잡아줬던 경험이 있어 허튼 제자 칭찬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보다시피 가연이는 하체가 탄탄하고 중심이 잘 잡혀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펀치의 각이 좋지는 않아도 제가 직접 맞아보면 꽤 아픕니다. 펀치의 강도 자체만 놓고 보면 체급이 높은 베테랑들이 낫죠. 하지만 가연이의 체격, 경력, 기술 등을 종합해서 고려하면 ‘타고난 펀치가 있다’는 판단이 나옵니다.”

▶“혼자 싸우는 거 아냐. 팀이 함께 싸우는 거야”=서두원은 호쾌한 파이팅 스타일을 추구한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서브미션을 쫓기보다 스탠딩 파이트에서의 난타전, 그라운드 상위 포지션을 잡은 파운딩을 선호한다. 직전 경기에서도 해외 정상권 파이터인 요아킴 한센을 난타전으로 끌어들여 펀치 한방을 먹인 뒤 파운딩으로 단 16초만에 마무리지었다. ‘이런 성향을 송가연도 좀 따라가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아마, 그렇겠죠?”라고 서두원이 반문한다.

“선수는 팬과 시청자를 열광하게 할 의무가 있으니까요. 송가연의 훈련도 난타전과 같은 상황을 상정하고 진행합니다. 권민석 등 남자선수들과 스파링을 많이 시킵니다. 남자 선수는 20온스, 가연이는 12온스 글러브를 끼고요. 오픈핑거글러브로도 합니다.” 권민석은 K-1 칸 대회 등 입식격투기 무대에서 맹활약했던 선수다. 그와 스파링 한다는 자체도 대단한 일이다.

아무리 선머슴처럼 훈련한다는 송가연이라 해도 생애 첫 프로경기를 앞두고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없을 수 없다. 어린 여자 선수에게 감당하기 힘든 일임은 틀림없다. 이런 부담을 ‘팀워크로 싸운다’는 인식으로 극복하게 한다는 게 서두원의 생각이다. 서두원은 “경기 당일 박창세 감독과 내가 링세컨드로 참여할 것이다. 우리 모두 같이 싸우는 것”이라며 “이런 것들이 가연이에게 심리적으로는 큰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약간은 민망한 질문을 서두원에게 던졌다. “파울컵 같은 거 여자용도 있는데 입어야죠?” 여자들도 남자들의 낭심보호구처럼 트렁크나 쇼츠 안에 사타구니 보호대를 입는다. 태권도 등에선 보편화 돼 있으나, 국내 여자 격투기 선수들은 이를 잘 몰라 이를 착용하지 않고 경기에 오르는 경우가 상당히 흔한 편이다. 서두원은 “말 안 해줬으면 나도 안 챙길 뻔 했다. 가연이도 틀림없이 모르고 있을 거다. 꼭 이야기 해서 입혀서 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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