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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윤재섭> 아직 기대에 못미치는 최경환의 부동산 대책
최경환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확실히 ‘능력자’였다. 20여일 전 내정자 신분으로,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할 뜻을 내비치더니, 16일 장관에 공식 취임하면서는 전체 정책방향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뜨거운 감자’를 끄집어 내 정공법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나, 머릿속 밑그림을 구체화하는 신속함에 그저 놀랍다. LTV와 DTI가 뭔가. 이명박정부에서 박근혜정부 출범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건설당국과 업계의 끊질긴 완화요구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끝까지 고수했던 규제가 아닌가. 당국의 불가명분은 확고했다. 규제를 풀면 부동산 투기가 재연될 수 있고, 만에 하나 부동산 값이 하락할 경우엔 금융권의 부실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가뜩이나 심각한 가계부채를 치유불능의 만신창이로 만들 수 있다는 이유를 댔다. 또 LTV 평균 비율이 한도보다 모자란 45%에 그치는 점을 적시하며, 이 규제가 부동산 취득을 가로막고 있는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나름 설득력있는 주장이었기에 이 규제는 결국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금융당국은 침묵하고 있다. 힘쎈 장관의 발목을 붙들면 ‘복지부동의 규제 당국’이란 오명이 씌워질까봐 두려웠는지 모르겠다. 하기야 “주택시장이 조속히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부동산시장 과열기에 도입한 과도한 규제를 정상화해야 한다”(7월14일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회의중 발언)며 박근혜 대통령이 정책방향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이번 대책에 시장은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수년 간 한 번도 손에 넣지 못한 선물을 쥐게 된 것에 대한 만족도 있는 듯하다. 하지만 솔직히 알려진 내용대로라면 이번 대책은 실망스럽다. 부동산 실태에 대한 명확한 진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다, 만성질환인 수급불균형을 해소할 대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08년을 기점으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중반까지 주택 실소유자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반면 집 팔아 귀농ㆍ귀촌을 꿈꾸는 50대 이상 장년층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경제구조가 고성장에서 저성장 기조로 바뀌면서 가계의 가처분 소득도 줄고 있고, 기혼자의 내집 마련 계획은 점점 뒤로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부동산 대책에는 보다 획기적인 실수요자 확충 방안이 담겼어야 한다.
알려진대로라면 이번 대책은 가계가 이자부담이 좀더 큰 2금융권의 부동산 대출을 1금융권으로 돌릴 수 있도록 돕는 정도에 그칠 공산이 크다. 물론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생계비 마련을 위한 가계대출이 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할 때 가계가 생계비 조달이나 다른 투자목적으로 싼이자의 담보대출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가정이다. 이렇게 되면 대출총액이 늘어 이자부담 감소 효과는 상쇄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이 계속 침체에 빠질 경우 더 큰 재앙이 올 수도 있다. 현 경제구조 아래에서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길은 주택 매수수요를 일으키는 것 뿐이다. 같은 맥락에서 투자이민정책을 도입하는 등의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최 장관의 최종안에는 보다 믿음직한 대책이 담겨있기를 기대해본다. 

윤재섭 정치부장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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