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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잡투잡설] 이동준, K-1 대신 선택한 클레멘타인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인 2004년의 이야기다. 그 해 한국에서 첫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K-1은 이듬해 더 강력한 흥행카드를 갖춰 한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 하에 여러 명의 전현직 태권도 선수들에게 물밑 접촉을 시도했다. 그 중에서도 최중량급 태권도의 살아있는 전설 김제경(44), 그의 후배인 김경훈(39)에게 10억원대의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며 러브콜을 보냈던 것으로 확인된다.

김제경은 태권도가 시범종목이던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 김경훈은 정식종목이 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태권도계의 수퍼스타였다. 하지만 이들은 태권도 선수로 남겠다며 K-1 측의 출전 제안을 단박에 거절했다. 때문에 2005년 K-1 대회에선 태권도를 볼 수 없었지만, 대신 생각지도 못 했던 씨름 천하장사인 최홍만이 출전하며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후로도 K-1의 태권도 선수를 향한 구애는 한동안 계속됐다. 그 해 초 공식은퇴한 2004년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문대성(38ㆍ현 새누리당 의원)에게 ‘2년간 20억원+α’라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제안을 던졌다. 그해 7월에는 K-1 당시 주최사 FEG의 타니카와 사다하루 대표가 직접 “현재 가장 필요한 선수는 문대성”이라며 “그가 꼭 K-1에서 뛰어주었으면 한다”고 이례적으로 공식석상에서 직접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IOC 선수위원, 정치입문 등의 포부를 품고 있던 문대성은 물론 이를 거절했다.

K-1에 국가대표급 태권도 선수가 공식적으로 진출한 것은 한 해가 더 흐른 2006년이었다.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의 2m 거구 박용수(33)가 한국 대회에 첫 등장해 일본의 신인 리키 죠에게 승리했다. 이후로도 박용수는 2009년까지 K-1 무대에 섰으나 그다지 성적은 좋지 않았다.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 배우 이동준 씨가 최근 출연한 TV 오락프로그램에서 이종격투기 진출을 심각하게 고려한 적이 있다고 털어놔 화제가 되고 있다. 이동준 씨는 “격투기 선수로 데뷔하려 했다. 10년 전 내가 40대였을 때 얘기다”라고 답했다.

이는 외부에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2003년 말인지 2004년 초인지는 기억이 희미하지만, 당시 K-1의 국내 협력사 관계자의 입을 통해서 이동준 씨가 엄청난 태권도 경력이 있는 리얼 애슬리트 출신이란 이야기를 소상히 전해들을 수 있었다. “당당한 체구에 잘생긴 얼굴, 실제 실력까지 두루 갖췄다”며 K-1에서 원하는 상품성에 딱 맞는 인재라고 했다. 영입 후보 리스트에 올라 있었던 셈으로도 해석해 볼 여지가 있다.

이동준 씨가 직접 제작과 주연을 맡은 영화 ‘클레멘타인’의 한 장면. 스티븐 시걸(왼쪽)의 출연도 부진한 흥행을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후 실제 K-1과 의견을 조율해 이동준 씨에게 공식적으로 출전 의사를 타진했던 것 같지는 않다. 스스로 밝혔듯 58년생인 그의 당시 나이가 이미 46세여서 현역시절의 퍼포먼스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K-1에서 40대 선수가 출전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또 하나의 걸림돌은 바쁜 스케줄이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이동준 씨가 격투기에 관심이 많은 건 사실인데, 마침 격투기 영화를 찍고 있어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었다. 이제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 영화란 희대의 괴작 ‘클레멘타인’을 두고 한 말이었다.

클레멘타인은 2004년 5월21일 개봉했다. 한국 첫 K-1 대회가 열린 7월보다 2개월 시기가 앞선다. 이 영화는 쪽박을 찼다. 이동준 씨는 “클레멘타인으로 50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털어놨다.

결과론이지만, 만약 그 때 이 씨가 영화 제작을 중단하고 K-1에 뛰어들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 씨 본인은 최근 TV쇼에서 “추성훈에게도 밀리지 않았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는 나이를 고려하지 않은 지나친 자신감이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현역 배우의 K-1 진출’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의 격투기 진출’ 등 엄청난 화제를 낳았을 것은 확실하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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