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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최영진> 변덕스런 국민이 정치를 살린다
돌려막기·밀어넣기·낙하산…
7·30 재보선 공천 잇단 잡음
유권자는 與野 집합적 선택만
신중한 한표로 책임 물어야



7ㆍ30 재보궐선거 공천을 두고 논란이 적지 않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서울 동작을에서부터 광주, 수원 어디 한 지역도 잡음이 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소위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중앙당의 밀실공천은 돌려막기, 밀어넣기, 낙하산 등 참으로 희한한 방식으로 결정되었다. 여야 간 의석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오로지 당선만을 염두에 둔 정략적 발상이 횡행하는 것이다. 공천파동이 어제 오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이번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형태는 지역구 선출제도 자체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게 할 거면 아예 지역구를 폐지하고, 정당비례투표로 바꾸는 것이 낫지 않을까.

정략공천의 잘못은 정당에게 있지만 그러한 행태가 반복되는 데는 유권자의 책임도 크다. 그렇게 엉망으로 해도 유권자들이 찍어 줄 것이라는 자심감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 한국의 선거경쟁은 지역주의와 이념적 선호를 기반으로 한 거대 여당과 야당 간의 대립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남-보수 기반의 새누리당과 호남-진보 기반의 새정치연합이 일종의 제로섬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새누리당이 잘하기 때문에 찍어 주는 것이 아니다. 새정치연합의 지지자들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승리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밉더라도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것이다. 여기서 군소정당으로의 이탈은 배반으로 간주된다. 그 결과, 국회 의석의 90% 이상을 양당이 차지한다. 이름은 때때로 달라지고 지분의 차이는 있지만 그들이 국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는 변화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양당체제를 만들어낸 것이 유권자의 집합적 선택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당정치의 잘잘못에 대한 책임에서 유권자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 많은 국민들이 한국정치를 비난하지만, 자신들의 선택에 대한 궁극적 책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주권자로서 국민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의무이자 권리가 바로 대리인, 즉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올바로 선출하는 일이다.

선거는 결국 선택의 결과로 해석 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선택의 방식에 있다. 유권자들이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정당의 행위방식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남이가’에서 ‘미워도 다시 한 번’으로 굳건한 충성심을 발휘하는 유권자가 많을수록 정당은 편하겠지만 정치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정당이 잘못하면 유권자가 떨어져 나간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때 정치도 달라진다. 지금같이 잘하나 못하나 안정적인 지지가 보장된다면, 누가 국민의 눈치를 보겠는가. 변덕스러운 소비자가 있어야, 기업도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하게 된다. 손님들의 입맛이 까다로울수록 식당 음식도 나아진다. 정당도 잘못하면 유권자가 등을 돌릴 것이라는 생각이 있어야 발전도 있는 법이다.

정치인들이 국민의 목소리에 더욱 민감해지고 더 큰 책임감을 갖게 만드는 것이 좋은 정치로 가는 길이다. 이를 위해 유권자들이 더욱 변덕스러워야 한다. 지지 정당을 자주 바꿀수록 정치인들은 더욱 민감해 진다. 잘못하는 정당에 대해 지지를 철회하는 것이 그들의 책임을 묻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먼저 여야 경쟁프레임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지금까지 그 두 당을 찍었지만 변화가 없었다면,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꼭 정치적 입장에 따른 변심이 아니라 할지라도, ‘전술적’ 차원에서라도 새로운 선택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변덕 자체가 정치의 내용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군소정당이 마음에 안 든다면 무소속이라도 좋다. 중요한 것은, 정당이 잘못할 경우 유권자들은 언제든지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변덕스러운 국민이 정치를 바꾸고, 나라를 살린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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