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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형곤> 로버트 루빈도 ‘모피아’ 다?
알려지진 않았는데, 이명박 정부시절 청와대는 금융비서관을 민간에서 별도로 뽑으려한 적이 있었다. 적임자들을 물색후 오퍼를 던졌는데 하나같이 고사했다. 당황한 청와대가 연유를 알아보니 격무나 낮아지는 연봉이 문제가 아니였다. 고사의 이유는 바로 공직자 취업제한이었다. 금융비서관 1~2년 하고 물러난뒤 최소 2년간 있을 취업제한이 결정적인 걸림돌이었다. 취업보장을 해줄 수 있느냐는 후보들의 반문에 청와대는 할말이 없었다. 결국 민간 채용은 무산됐고 종전대로 관료출신의 경제금융비서관을 유지했다.

그래서 지난 5월 있었던 금융감독원의 국장급 민간 영입은 신선했다.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임원을 지낸 파생상품 전문가를 국장으로 영입한 것이다. 늘 위험한 분야라며 정책에서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인 파생금융상품 분야로의 영입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일면식도 없던 최수현 금감원장이 삼고초려 끝에 데려온 인사다.

반토막난 연봉으로 금감원에 온 이유를 묻자 해당 국장의 답변은 간단했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를 뒤집어보면 실력을 갖춘 민간인이 웬만한 희생정신이 없다면 공직으로의 영입자체가 어렵다는 얘기가된다. ‘관피아’ 논란에 대해 그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외부 전문가가 공직에 진입하는 게 쉽지 않다. 공공과 민간 분야의 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

로버트 루빈 전 미 재무장관은 백악관 국가경제회의(NEC) 보좌관으로 들어오기 직전인 1992년까지 골드만삭스 공동회장을 맡았다. 1999년 5월 재무장관을 끝낸 직후에는 씨티그룹 공동회장 겸 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우리로 치면 전형적인 ‘모피아’(재무부+마피아의 합성어)에 낙하산 인사다. 공직과 민간으로의 넘나듦이 우리보다 훨씬 자유롭다.

미국의 관료는 취업제한이 없는 대신 불법 로비하다 걸리면 처벌이 무겁다. 퇴임후 공직자와의 만남 자체가 봉쇄된다. 한번 적발되면 다시는 발을 못 붙이게된다. 사후 통제에 더 중점을 두는 시스템이다.

우리는 사전 규제가 강하다. 최근엔 더욱 세졌다.

대통령까지 나서 ‘관피아’ 척결을 천명하자 ‘공직자윤리법 및 시행령’ 개정안은 일사천리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4000여개인 공직 취업심사 대상기관이 1만3000여개로 대폭 늘어났다. 공직자의 취업 제한기간도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길어졌다. 공직후 민간에 취업하려면 군 생활보다 더 긴 시간을 견뎌야하는 셈이다.

그간 관료의 낙하산 인사는 오랜 공직생활, 후배들을 위한 용퇴에 대한 일종의 ‘보전’ 성격이 컸다. 자리마련에 그동안 벌지 못한 소득보전 말이다.

이젠 용퇴라는 말 자체가 공직에서 낯설어지고 있다. 이 고리가 차단된다면 정년보장은 물론 공직자의 임금을 민간에 견줘 올려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민관유착의 질긴 연을 끊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공정한 경쟁의 기회는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풀지는 않고 조이기만 해서 부작용이 생긴다면 이 역시 우리 사회가 치러야할 비용아니겠는가. 

김형곤 금융투자부장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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