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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칼럼 - 차문현>우리는 기버(Giver)일까 테이커(Taker)일까
차문현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

예나 지금이나 남자들에게 군대 생활은 힘든 시간이다. 가족을 떠나 낯선 이들과 살을 부비며 지내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다. 군 생활 동안 내게 큰 힘이 됐던 것은 친구와 선임의 따뜻한 배려였다.

당시 월급날이면 장병들은 부대 밖 매점에서 빵이나 과자를 사먹으며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풀었다. 하지만 나는 경제사정 때문에 맘 놓고 사먹을 형편이 못됐다. 이런 사정을 알고 후방에서 근무하던 친구가 자기 월급을 쪼개 우표를 보내왔다. 당시 군대에서는 우표가 돈 대신으로 사용됐다. 친구 덕에 사먹을 수 있었던 라면 과자의 단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어느 날 야간 경계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내게 한 선임이 빵 한 봉지를 내밀었다. 춥고 허기진 상태에서 받은 빵은 큰 감동을 받기에 충분했다.

군 생활 동안 돈을 주고도 사지 못할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다. 극한 상황에서 배려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 지 느꼈다. 작은 배려가 상대에게는 큰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아무것도 아닌 빵 한 봉지가 고통을 이겨내는 힘이 되고 따뜻한 말 한마디가 세상을 살아가는 용기가 될 수 있는 ‘배려의 힘’을 알게 됐다.

하나를 주면 하나를 받는 것이 당연시되는 ‘기브 앤 테이크’ 사회에서 받는 것보다 주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남을 위해 베풀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오히려 더 많은 걸 얻을 가능성이 높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믿어주는 마음과 나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이 하나 둘 모인다면 혼자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성공이 나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와튼 스쿨의 조직심리학 교수인 애덤 그랜트(Adam M. Grant)의 책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는 베푸는 것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한다.

그는 개인이 선호하는 ‘호혜원칙’에 따라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남에게 주는 데 더 관심이 앞서는 기버(Giver)와 그 반대로 자기 것만 챙기는 테이커(Taker), 그리고 받는 만큼 주고 주는 만큼 받는 매처(Matcher)가 있다.

애덤 교수의 연구 결과, 성공 사다리에서 가장 밑바닥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으로 기버가 나왔다. 하지만 가장 꼭대기에도 기버가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전문 기술자 16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 남을 돕느라 정작 자기 일을 끝내지 못해 생산성이 떨어진 기술자들은 기버였다. 하지만 반대로 생산성이 가장 뛰어난 기술자 역시 기버로 나타났다. 반면 테이커나 매처는 성공 사다리의 중간 쯤에 자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여전히 받으려 하기 보다는 주기만 하려는 기버에 대한 선입견이 없지 않다. 기버는 늘 당하기만 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버들은 먼저 베풀면서 훗날의 성공을 위해 좋은 위치를 차지할 확률을 높인다.

또한 기버의 성공은 폭포처럼 쏟아지며 멀리 퍼진다. 테이커가 승리할 때는 그 반대 쪽에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버가 성공하면 그에게 총구를 겨누기는 커녕 오히려 응원하고 지지한다. 기버의 성공은 주변 사람들의 성공을 유도하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기존 가치를 지지하는 테이커의 성공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기버의 성공은 크게 다르다.

과거 이기심을 사회발전의 동력으로 믿었던 경제 주체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이 공멸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이 됐다. 이제는 다른 사람이나 조직, 세대와의 공감과 배려, 공동체에 대한 헌신이 필요한 시대다. 자신이 ‘기버’인지 ‘테이커’인지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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