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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 이호철> ‘4강 신화’와 한국거래소
이호철 한국거래소 부이사장

아쉽게 탈락했지만 우리는 월드컵 4강전, 독일과의 경기를 잊지 못한다. 2002년 우리 축구팀이 스페인을 이기고 4강에 올라갔을 때, 우리는 이를 ‘4강 신화’라고 불렀다. 전국 방방곡곡은 붉은 티셔츠를 입고 ‘대한민국’을 외치는 국민들의 함성으로 장관이었다.

우리 금융이 세계 4강에 오른다면? 많은 사람들은 턱없는 소리라고 말한다. 정부가 ‘동북아 금융허브’를 전략을 10년 넘게 추진했지만 대형 은행들마저 세계시장은 커녕 아시아 문턱 넘기도 어려우니 말이다. 그러나 한국거래소가 이 신화를 만들고 있다.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세계금융의 판이 바뀌고 있다. 위기의 원인은 과도하게 늘어난 장외파생상품의 불투명한 거래에 있었다. 장외파생상품은 이제까지 JP모간, 골드만삭스 등 미국과 유럽의 몇몇 대형 투자은행들이 아름아름 독점해왔다. 국제사회는 복잡한 장외파생상품을 점차 표준화시켜 거래소 등을 통해 투명하게 거래하라고 했다. 거래소가 글로벌 금융의 중요 플레이어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에 세계금융계는 거래소 몸집을 불리고 상대 지역에 거래소와 청산소를 신설하는 개편작업에 분주하다. 런던거래소는 캐나다 토론토거래소를 합병한데 이어, 유럽최대 청산결제소 LCH클리어넷을 인수했다. 유럽에서 에너지 파생상품을 판매하던 ICE는 미국 뉴욕거래소를, 홍콩거래소는 런던금속거래소를 각각 인수했다.

세계금융의 판도가 파생상품과 거래소로 옮겨감에 따라 우리에게도 큰 기회가 생겼다. 한국거래소의 파생상품인 코스피200옵션은 규제강화로 지난해 세계 2위로 물러날 때까지 세계 1위를 고수해 왔다. 이런 명성에 힘입어 한국거래소는 파생상품의 거의 모든 상품군에 있어 세계 10위권의 글로벌 상품을 갖고 있다. 지난해 한국거래소는 주식파생 분야에서 코스피200옵션이 세계 2위, 코스피200선물은 8위, 개별 주식선물은 6위를 기록했다. 금리상품 분야에서는 국채선물이 세계 10위에 올랐으며, 통화상품 분야의 원/달러선물은 7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채권과 주식거래는 거래량 기준으로 각각 세계 4위와 11위 이며, 또한 펀드상품의 상장지수펀드(ETF)는 거래대금 기준으로 세계 4위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가 금융 메이저리그에 출사표를 던질 수 있게 된 것은 이 산업이 첫째, IT기술, 둘째,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 셋째 파생상품에서 주식·채권·상품, 청산결제까지 일관된 종합거래소 체계가 경쟁력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 가지 경쟁력 요소를 모두 구비하고 있다. 특히 IT기술의 경우, 거래소 산업은 1초에 수천, 수만번의 거래가 이뤄지는 고빈도 거래가 일반화돼 있다. 때문에 거래소들은 끊임없는 전산투자로 속도경쟁을 해왔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3월 거래시스템을 전면 개편해 처리속도를 세계 3위권 내로 끌어올렸다. 한국거래소가 전산자회사를 통해 자체 개발한 첨단 IT 거래시스템을 말레이시아 등 여러나라에 수출하고 있는데, 이처럼 금융거래시스템을 수출할 수 있는 IT 능력을 갖춘 거래소는 전 세계 4곳에 불과하다.

한국거래소의 ‘글로벌 금융 4강’ 진출은 요원한 꿈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금융의 약진을 위해 정부와 국민이 거래소에 애정을 갖고 성원을 보내준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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