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툭하면 오너 지분 내놓으라는 채권단
동부제철 회생방안이 결국 자율협약 쪽으로 가닥 잡히고 있다. 물론 그룹이 자율협약 신청서에 어떤 자구계획과 유동성 해소방안을 담을 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제철 인천공장 매각이 재추진되고 비금융 지주회사인 동부CNI 등의 만기 채권도 채권단과 조율할 계기가 마련됐다니 일단 큰 고비는 넘긴 듯하다.

일이 이렇게 된 데는 그룹 경영진의 책임이 크다. 주력인 철강과 건설 업황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도움을 받아야 할 채권단과 힘겨루기 하느라 유동성 위기를 자초했다. 산업은행의 책임도 적지 않다. 그룹은 개별매각을 원했지만 산은은 매각대상 회사들을 SPC(특수목적법인)에 넣어 통째 팔려 했다. 그게 여의치 않자 개별매각으로 갔다가 다시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묶어 포스코에 떠넘기려다 실패하는 등 우왕좌왕했다. 그 사이에 매각 타이밍을 놓쳐 결과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부채질한 꼴이 됐다.

급해진 산은은 지원의 대가로 느닷없이 김준기 회장의 아들 김남호 씨의 동부화재 지분 13.29%를 담보로 추가요구했다. 협상 초기만 해도 2000억원 정도였던 이 지분은 지금 시가로 5000억원 수준에 이른다. 이 3000억원의 추가 증가분도 담보로 내놓으라는 것이다. 김준기 회장의 지분 6.93%가 이미 사재출연으로 없어진 마당에 이 지분마저 넘어가면 보험사 경영권을 빼앗기게 될 동부이기에 저항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룹 계획대로 구조조정했다면 겪지 않았을 지 모를 위험을 금융 계열사까지 넓힐 순 없는 노릇이었다.

채권단은 툭하면 오너 일가 지분을 요구한다. 쉽게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관치(官治)의 산물이다. 동부 경우는 분명 무리수다. 오너 지분 빼앗기는 회생 불능기업에서 채권을 보전하는 최후 보루다. 동부는 자산가치가 청산가치 보다 월등히 높은 회사다. 당장의 유동성 위기, 그것도 채권단이 함께 책임질 몫도 있음을 간과하고 무조건 지분을 내놓으라는 건 옳지 않다. 법적으로 강제할 수도 없다. “협조를 구한다”는 애매한 표현은 감정싸움만 일으킬 뿐이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정부나 채권단은 여전히 산업 혹은 그룹을 호락호락 ‘디자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동부그룹과 머리를 맞대고 예정된 매각작업을 차질없이 진행해 확실히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는 게 순서다. 동부도 알짜 회사만 끌어안고 부실 제조업은 털어내 국민에 떠넘기려 한다는 비난을 사지 않도록 보다 진정성있는 구조조정 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기업이 살아야 고용도 있고 성장도 가능한 것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